4·15총선에서 여당은 압승하고 야당은 참패하였다. 의석수 차이는 크지만, 지지율 면에서는 야당이 수도권에서 41%를 얻고 전국적으로도 41%를 얻어 여당과 8%포인트 정도 차이다. 비례대표 지지율은 야당이 오히려 높았다. 불과 수천 표 정도 차이로 당락이 바뀐 곳도 상당수 있다. 이것은 40% 이상의 국민이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야당이 너무 절망할 것도 아니고 여당이 너무 자만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여당인 민주당을 지지했던 부산 경남 울산의 민심이 야당에 대한 지지로 돌아섰다. 이것은 다음 대선에서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야당 일부에서도 영남당 운운하고 있으나, 부울경 인구와 대구 경북 인구가 국민의 25%를 넘는데 영남당이라고 스스로 폄하할 수 있는 것인가. 또 수도권에서 야당을 지지한 41%의 국민이 있다.
영국의 스코틀랜드당 같이 특정 지역만을 기반으로 그 지역에서만 80% 이상 지지를 얻는 정당을 지역 정당이라 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40% 정도 지지를 얻은 정당을 수도권 의석이 적다고 지역 정당이라 할 수 있겠는가. 반면 영남에서 여당 지지가 35%가 넘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민주당이 호남에서 80% 이상 지지를 얻었고, 호남 전 지역을 석권했고, 이 지역의 통합당 지지는 4%인데도 민주당을 호남당이라고 폄하하진 않는다. 이러한 지역 정당 주장은 전혀 타당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을 지지해서 여당 후보를 찍은 사람은 30%도 되지 않고, 야당이 싫어서 여당에 투표했다는 유권자가 70% 이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야당이 그동안 보여준 정치행태나 선거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겠지만, 야당 통합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통합을 하려면 빨리해야 하는데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기득권을 지키는 데 급급해 때를 놓쳤고 통합의 시너지효과가 별로 없었다. 통합 직후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황교안 대표가 뒤늦게 종로에 출마한 것은 큰 실책이었다. 대권을 목표로 하는 인물이 국회의원직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다. 지역구든 전국구든 국회의원 출마를 포기하고 전국 유세를 했어야 했다. 상대방이 덫을 놓고 기다리는 곳에 여론에 떠밀려 진입하는 것은 삼국지의 ‘마속’같이 어리석은 전략적 실패였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친 셈이다.
선거 전략에서 “문재인 심판”은 어처구니없는 구호였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높은 상황에서 대통령 심판이라는 구호는 오히려 여당 지지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특정 정책에 대한 심판이어야 하지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심판은 한국인의 심성에 맞지 않는 것이다. 야당은 반대만 외쳤지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고 자신들은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비상사태에서는 통상과 다른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데도 야당 대책은 중구난방이었다. 원칙도 실리도 모두 놓쳤다. 게다가 수시로 나온 실언은 국민에게 야당이 자기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주고 반발을 자초했다.
여당도 압승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노자(老子)에 지지불태(知止不殆) 즉 멈춤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 있다. 특히 개헌 문제에서 더 나아가면 안 될 것이다. 이번에 국민은 야당에 개헌 저지선을 주었다. 이것은 국민이 개헌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야당의 미래는 희망이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지도자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40대 경제전문가”라는 말도 있으나 경제와 정치는 다른 면이 많고 대상도 너무 막연하다. 갑자기 나타나 당원 지지를 받기 어렵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주장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당내 분란만 가져올 수 있다. 우선 좀 더 폭넓은 통합을 해야 한다. 이번의 통합은 제한적이었다. 정치인 중에서 지도자를 키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인물이라도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한국 민중은 지지하는 지도자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