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이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문제로 사퇴할 줄은. 실은 사퇴 발표 며칠 전부터 이상 기운이 감지되긴 했다. 가장 대표적인 이례 행보가 4·15총선 비공개 투표였다. 보통 시장 대통령 등 주요 인사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장면은 상징적이어서 투표일 주요 뉴스로 다뤄진다. 소속 정당에 한 표를 달라는 정치적 행위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주어진 선거권을 소중하게 행사하는 모습을 본보기로 보여주는 일종의 국민교육적 의미도 지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취임 후 첫 총선이었던 지난 15일 투표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특히 투표 전날인 14일에도 연가를 쓰자 와병설이 급속히 퍼졌다.
총선 이후 시장의 일정도 대부분 취소되고, 페이스북 게시물 건수도 확 줄면서 이상 기운은 더 확대됐다. 마침내 지난 23일 오전 그 정체가 드러났다. 건강 이상이 아닌 강제추행 때문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은 경악 그 자체였다. 코로나19로 시민은 버티고 살아남기에, 공무원은 방역과 민생경제 돌보기에 안간힘을 쏟는 와중에 350만 도시 부산을 책임지는 수장은 추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피해자를 콕 찍어 시장 집무실로 불러들였다는 점은 더 악의적이다.
작금의 어수선한 상황을 재빨리 수습하고, 바닥 수준인 시정 신뢰도와 도덕성을 끌어올려 시민의 자긍심을 되살리는 일은 이제 남겨진 자의 부담이 됐다. 부산시가 오 전 시장 사퇴 당일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바로 전환해 신속하게 내부 결집에 나섰고, 지난 28일엔 지역 상공계 원로를 만나 위기에 대처할 지혜를 요청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내년 4월 보궐선거 전 1년이나 유지돼야 할 권한대행 체제에서 우려스러운 건 정무라인의 부재다. 오 전 시장이 사퇴하면서 자동 면직됐다가 재임용된 박성훈 경제부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정무직은 모조리 자동 면직(12명)됐거나 사표를 낸(2명) 상태다. 사표 제출 대상인 정책수석보좌관과 대외협력보좌관은 전문계약직(1년)이어서 각각 올해 12월과 7월까지 임기가 보장되는데, 사직서를 낸 것이다. 이들의 사표가 수리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데, 이 중 적어도 1명은 집권여당 및 부산시의회와의 연결고리로 활용하기 위해 사표를 반려할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변 권한대행은 이러한 ‘안정’보다는 오 체제 ‘정리’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선 7기 부산시정에선 유난히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늘 공무원)’의 갈등이 심했고, 이참에 상황을 모두 정리하고 쇄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행보에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변 권한대행은 “민선 7기 공약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니므로 이 당 저 당에 모두 협조를 구할 수 있다”고 공언하지만, 그 역할을 주로 할 정무라인이 14명이나 날아간 마당에 그게 말처럼 쉬울지가 의문이다. 경제부시장이 재임용되기는 했지만 정통 관료라 국회 시의회 등과의 긴밀한 조율을 해나가기엔 무리가 있고, 부산경제 총괄이라는 기본 업무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오 전 시장이 재임 시절 정무직에 너무 휘둘린다는 불만이 공직사회 내부에서 가득해지자 변 권한대행이 이를 지나치게 의식, 어공을 터부시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분분하다.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의 전 단계인 총리실의 김해신공항 재검증, 경부선 철로 지하화, 오페라하우스 건립, 2030월드엑스포 유치, 원도심을 비롯한 부산 대개조 프로젝트 등 풀리지 않은 현안이 산적하다. 이런 ‘부산의 큰 그림’은 집권당과의 긴밀한 소통, 여야 간 협치가 없으면 결코 완성될 수 없다. 변 권한대행은 사태가 진정되면 정무직을 새로 뽑겠다고 하지만 그게 1년 내 가능할까 싶다. 어영부영하다 부산시정이 공무원 특유의 관리 중심으로 변질되지 않을지가 가장 걱정된다. 이도 저도 뚫지 못하고 당면 현안을 차기 정권으로 미루는 것 말이다. 그러면 이 위기의 시국에 부산은 1년을 주저앉아 낭비해야 한다.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변 권한대행은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