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공무원은 국가나 지방 공공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일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 사람이다. 여기서 직업공무원제도(Career Civil Service System)를 주목한다.
사전에는 우수한 젊은 인재들을 공직에 유치하고, 그들이 공직에 근무하는 것을 명예로 인식하고 퇴임 때까지 성실하게 근무하도록 조직이 운영되는 제도로 규정하고 있다. 1949년 제정된 국가공무원법은 수차례 개정 작업을 걸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비롯해 신분과 권익 보장 등을 명시해 놓았다. 적정한 보수 체계도 확립돼 있어 가장 안정적인 직업으로 자리 잡은 터라 수많은 젊은 인재가 ‘공시생’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도전 의식이 결여된 세태를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도 쏟아지는 게 현실이다.
일찍부터 관료적 전통이 강했던 우리나라에서 관(官)은 민(民) 위에 군림하는 존재라는 관념이 오랜 기간 지속했다. 그러다 제헌헌법이 공무원을 ‘주권을 가진 국민의 수임자’로 규정하면서 적어도 법제적인 의미에서는 그 같은 관념이 많이 희석된 편이다. 주로 공복(公僕)으로서의 공무원 신분이 거론된다.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이 말에 의구심을 던지는 사람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민선시대가 정착하면서 선출직 단체장과 함께 입성하는 정무직 공무원들의 역할에 따라 직업 공무원 조직의 위상에는 변화가 생겼다. 어쩌다 공무원(어공)이 된 사람들의 입김이 세지면 늘 공무원(늘공)인 인사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런 역학관계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정년 때까지 신분과 권익이 보장되는 늘공 조직의 생존 본능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오거돈 전 부산시장 시대에는 취임 초기부터 ‘어공-늘공 논쟁’이 불거지면서 지역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오 전 시장이 어공 조직에 힘을 잔뜩 실어주는 바람에 늘공 조직의 전문적인 행정 능력이 빛을 발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 때문인지 오 전 시장 임기 중에는 ‘되는 것도 없었고, 안 되는 것도 없었다’는 말도 나온다.
부산에서 ‘어공 전성시대’가 잠시 스쳐 지나간 느낌이다. 늘공 조직이 이를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내년 4월이면 부산시에 새로운 선출직 단체장이 오게 된다. 그때 공조직 위상이 어떻게 정립될지는 늘공들 하기 나름이다. 늘공들은 이에 대해 ‘입이 있어도 할 말은 없다’는 입장이다. 어쨌거나 ‘주권을 가진 국민의 수임자’인 공무원으로서의 역할만은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