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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 칼럼]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30 19:26:3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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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앙은 한창 진행형이다. 아직도 매일 확진자가 큰 규모로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망자 수도 참담할 지경으로 많다. 미국 그리고 유럽의 거의 모든 선진국이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웃 일본도 재난모범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큰 홍역을 겪고 있다.
그림 서상균
이에 비해 한국은 초기 혼란을 단기간에 수습하고 방역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주목하여 전 세계 언론이 앞다투어 한국을 “성공” “모범” “모델”이라면서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선진 방역의료시스템, 조정력 있는 정부, 효율적인 국가 개입, 지도자의 신뢰감과 리더십, 성숙한 시민사회 등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언론의 찬사에 더해 실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많은 국가의 지도자로부터 지원과 협조 요청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나 자청해서 두 정상 간 통화를 하고 한국산 방역 의료장비를 미국에 보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 결과 지난주에는 미국의 여러 주정부에 진단키트를 수출한 바 있고, 이 수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국민이 자긍심과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한국이 기왕에 일군 경제 발전, 민주화, 한류에 더해 방역 소프트 파워마저 세계 일류임을 다른 나라 언론과 지도자들이 인정해주니까 새로운 깨달음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강대국인 미국이 맥없이 허둥대고, 유럽의 선진국들마저 체계적인 대응력을 보이는 데 실패함에 따라 전혀 대비되는 대응역량을 보여준 우리나라에 대해 전에 없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런 진전에 힘입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다” “강대국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도 “선진국이란 게 별거 아니네” “우리가 더 앞서는 거 아냐?” 같은 자부심을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하나의 비전으로, 하나의 미래 담론으로 의미가 없진 않다. 그러나 우리가 냉정하게 자신의 위상을 짚어나갈 때 비전도 옳은 방향으로 설정되고 미래 담론도 발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차원에서 차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나는 코로나 방역과 대응 과정에서 생겨난 우리 국민의 자긍심과 새로운 자각을 인식론적 관점에서 ‘중견국가(middle power) 멘털리티’라고 규정하고자 한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우리 정부가 펼치고 있는 외교를 중견국 외교(middle power diplomacy)라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코로나 방역 외교를 통해 우리의 중견국 외교 역량을 한층 높이고 다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국이 중견국가인가라는 질문이다. 한국이 약소국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면 그 반대편에 있는 강대국인가라고 묻는다면, 아직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 같다. 중견국가는 관계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약소국도 아니고 강대국도 아닌 중간 정도 위상을 갖는 국가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지금과 같이 미국과 중국이 세계적 대응의 리더십을 보이지 못한 채 책임 떠넘기기 다툼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국제협력을 외치면서 방역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견국가에 부합된다. 강대국 사이에서 경쟁과 갈등이 아니라 완충과 중재의 역량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다음으로,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보여준 한국 정부의 외교 행태가 중견국 외교인가라는 물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여러 회의에서의 발언에서도 그랬거니와 외국 정상들과 통화에서도 팬데믹 대응에서 ‘국제협력’을 무척 강조하였다. 세계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에 더해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말하였다.

미국은 기왕에 자유주의 질서를 훼손하여 경제 민족주의로 이탈하였는가 하면, 보호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면서 선진국들이 각자도생의 노선을 택하도록 빌미를 제공했다. 중국도 편협한 권위주의 모델에 입각한 방역 외교를 펼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 향상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은 ‘연대와 협력’을 화두로 내걸었다. 각자도생이 아니라 공생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웠고, 국제적 공공재 창출에 기여하는 방향의 외교를 펼쳤다. 중견국 외교의 유형에 부합된다.

중견국 외교는 다자주의와 제도 구축을 중요하게 여긴다. 코로나 팬데믹 대응에서 한국은 지난 3월 26일 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를 주도적으로 개최하였고, 국제협력적 대응을 강조하였다. 4월 14일에 열린 한·중·일+아세안 화상 정상회의를 주도하면서 협력과 연대를 강조하였다. 중견국 외교의 전형적 사례에 속한다.

우리 정부는 국민의 안전에 타협 없이 임하는 한편 여력이 있는 한 타국에 대한 지원과 협력에 소극적이지 않았다. 국민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일사불란하게 할 수 있도록 호응하였다. 국민은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초기에 중국 우한에서 온 교민을 수용하는 시설을 두고 잠시 님비 현상이 나타났지만 천안 아산 진천지역 주민의 협조적 태도는 찬사를 보낼 만했다. 국민적 저변이 성숙하지 않은 채 국가가 혼자 기량을 발휘할 수 없는 노릇이다. 중견국 외교를 펼침에 있어서도 국민과 함께 가야 행보가 꼬이지 않는 법이다.

한 나라의 외교 역량은 일시에 발휘되지 않는다. 오랜 기간에 걸쳐 정부와 국민이 더불어 쌓아가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의 중견국 외교력을 축적해나갈 때 비로소 선진국으로의 전망이 열릴 것이다.

경남대 석좌교수·전 주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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