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잘 알지 못한다. 성향도, 장단점도 모른다. 세평 역시 편향된 것일 수 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운이란 말이 있다. 관리로 출세할 타고난 복을 말한다. 변성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 것을 두고도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 주변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서다. 그는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행 문제로 사퇴해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시민의 자존심은 오 전 시장 사태로 큰 생채기가 났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관운 운운하는 게 적절한지,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으로 비치지나 않을지 걱정도 된다.
하지만 변 권한대행 개인만 놓고 보면 운이 좋은 것은 분명하다. 직업공무원 사이에서는 권한대행을 하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까. 그만큼 직업공무원이 시장 권한대행을 맡는 것은 어렵다. 민선 자치 시대이기에 그렇다. 권한대행은 단체장이 당선 무효가 되거나 사퇴를 했는데도, 재·보궐 선거가 실시되지 않는 조건이 갖춰졌을 때 할 수 있다.
이번 경우 기간도 길다. 보궐선거는 내년 4월이어서 1년 가까이 권한대행 체제가 유지된다. 본인만 잘하면 출마도 하지 않고, 시장직을 1년가량 수행할 수 있다. 정치인으로 변신해 성공할 발판을 구축할 수도 있다. 직업공무원 중 이런 기회를 얻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물론 권한대행의 임기는 보장되지 않는다. 직업공무원이기에 인사권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있다. 3년 전 경남도에서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 도지사 권한대행이 4개월 만에 교체됐다. 당시 인사는 공무원 사회에서 화제가 됐다. 특히 권행대행직을 내려놓게 된 류순현 전 부지사는 이임사 도중 ‘청우 여러분께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고하려 합니다’는 문장에서 목이 잠겨버렸다. 울컥했던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그에게 권한대행은 영광된 자리만은 아니었다. 홍준표 전 도지사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보궐선거를 무산시키는 바람에 권한대행에 오른 영향이 크다.
게다가 한 달 뒤 정권이 교체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홍 전 지사와 정반대 편에 선 정부다. 살아 있는 권력에 충성해야 하는 정통 관료인 그의 입지는 어정쩡할 수밖에 없었을 터. 정리상 홍 전 지사와의 의리도 지켜야 했을 것이다. 샌드위치 신세였다. 결국 그는 한경호 당시 세종시 행정부시장과 자리를 맞바꿨다. 류 전 권한대행은 부시장으로 좀 밀려나는 듯한, 한 전 부시장은 권한대행으로 금의환향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자리란 그런 것이다. 벼슬이 높다고 항상 좋은 건 아니다. 관운이 곧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이 잘못 풀리면 아니한 것만도 못하다. 내용이 좋아야 한다. 게다가 시정은 종합 행정이다. 얽힐 대로 얽힌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무엇보다 집권여당 출신 시장이 있던 자리다. ‘코드 맞추기’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지역 정치권은 야당 중심이다. 이를 조정해 내는 게 시정이다. 정면 돌파든, 타협이든. 정치하는 자리인 것이다.
풀어야 할 현안도 많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은 부산시만의 힘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치자. 하지만 관문공항 건설, 2030월드엑스포 유치 등은 꼭 풀어야 할 현안이다. 이 역시 고도의 정치력이 요구된다. 집권여당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야당과의 협치를 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변 권한대행에게는 보좌할 정무라인이 없다. 오 전 시장의 정무라인은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관운이라며 좋아만 하기에는 처한 상황이 참 어렵다.
더욱이 권한대행은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 태생적 한계다. 권한대행에게 소신껏 하라고 주문하는 건 지극히 원론적이고, 비현실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눈치 저 눈치, 여당 눈치 야당 눈치 보면 아무 일도 못 한다. 정통 관료 출신이기에 더욱더 그런 노파심이 든다. 부산에는 불행이다. 현상 유지조차 버거운 게 부산이 아닌가. 무난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선택과 결단이 중요하다. 리더의 최대 덕목이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면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다. 당파성이 불가피한 이유다.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니므로 이 당 저 당에 모두 협조를 구할 수 있다”는 식의 처세는 책에나 존재한다. 처세의 달인이어야 가능하다. 현실에는 거의 없다. 물론 당파성의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기준은 부산이고 시민이어야 한다. 선택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건 정치력이다.
변 권한대행의 출발은 비교적 무난해 보인다. 지난 28일 지역 원로와의 만남은 호평을 받았다. 여야에 협력을 요청하는 모양새도 좋다. 하지만 이벤트로 끝나는 건 경계해야 한다. 내용을 채워야 한다. 오 전 시장이 벌여 온 사업들을 잘 마무리하는 게 기본이다. 창의적인 시정을 펼치면 시민 입장에서는 그보다 좋을 게 없다. 건투를 빈다. 파이팅!
논설위원 sbjung @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