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한풀 꺾이면서 경제위기론이 덮치고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체감경기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수출과 생산·투자·고용 등 모든 경기지표가 급속하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4.4% 줄었다. 2000년 1월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라고 한다.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31.2%, 숙박·음식점업은 -17.7%, 협회·수리·개인서비스업은 -16.1%, 교육서비스업은 -6.9%. 하나같이 코로나19가 한국경제에 본격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극명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수치들이다. 그나마도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악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고 한다. 지금 상황보다 훨씬 암울한 미래를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경기침체가 우려되며, 우리 경제와 민생도 전례 없이 어려운 시기”라고 진단했다. 홍 부총리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 높은 표현이다. 굳이 홍 부총리의 ‘적신호’가 아니더라도 경제 현장에서는 진작부터 온갖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취약계층을 비롯한 경제적 약자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위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는 진단도 심심찮게 내놓고 있다.
그래서 ‘긴급재난지원금’을 풀기로 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곳간을 풀어서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 근본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대책은 기업을 살리는 일이다. ‘복지’도 세금이 거둬져야 가능하다. 기업이 무너지면 경기회복은 불가능하다. 기업의 생태계를 복원시키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법·제도 마련은 결국 정치권의 몫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는 ‘180석 여당의 실력’을 보여줄 차례다. 지금까지는 ‘야당의 발목잡기’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야당 탓’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쪼그라든 야당을 설득하는 것조차도 거대 여당의 실력이다.
정부 여당은 ‘180석의 무게’를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못할 것이 없는’ 의석이지만,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여기에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도 다시 60%를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지지층의 눈치를 보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정책들이 있다면 과감하게 실행해나가야 한다. 최저임금 현실화, 주 52시간제 보완, 탈원전 등 그동안 논란이 돼온 정책들도 되짚어봐야 한다. 지금은 ‘특수상황’이다. 이런 위기의식을 내세우면 지지자들을 설득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특히 노동 개혁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집권 초반 80~90%의 지지율을 보였을 때보다 더 좋은 기회다. 의회 권력까지 완벽하게 장악한 힘을 얻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직 그럴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소득 주도 성장이나 반기업·반시장 규제와 관련한 언급은 여권에서 한 마디도 나오지 않고 있다. 대신 거대 여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개헌론’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용선 당선인은 토지공개념 도입을 포함한 헌법 개정 필요성을 얘기했고, 5선에 오른 송영길 의원은 대통령 중임제로 권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다. 검찰에 기소된 한 당선인은 언론과 검찰을 향해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도록 갚아주겠다”는 섬뜩한 말까지 거리낌 없이 내놓고 있다. 무도하기 짝이 없다. 입으로는 ‘비상시국’ 운운하면서도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듯하다.
지금이 그럴 시기인가. 국민이 불과 20일 전에 몰아준 표의 의미를 벌써 망각해가는 모양새다. 경제를 살리라고 몰아준 표다. 그런데 개헌·권력놀음이라니. 개헌의 속성상 수면 위로 올라서는 순간 블랙홀이 된다. 모든 이슈를 삼켜버릴 뿐만 아니라, 극단의 국론 분열도 불가피해진다.
논란이 벌어지자 청와대와 민주당에서는 “검토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야당에서는 개헌안까지 단독으로 밀어 붙여보겠다는 것이냐며 발끈하고 있다. 여당은 개헌론에 불을 지필 것이 아니라 경제위기 대처를 위한 ‘정쟁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오히려 야당에 명분을 줘서라도 경제에 올인하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 전시상황”이라는 말로 현재 위기를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으로 ‘한국판 뉴딜’ 국가프로젝트도 제안했다. 대통령 생각이 그렇다면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행동은 여당 몫이다. 진보정권의 ‘진짜 실력’을 보고 싶다.
서울본부장·서울정치부장 thr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