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일명 ‘n번방 방지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불법 성착취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사람도 처벌할 수 있게 법이 바뀌었다. 단순 소지의 경우 지금까지 아동·청소년 음란물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있었으나 성인물은 없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성착취 대상이 아동이든 성인이든 영상을 다운받는 행위 자체로 법 위반이 된다.
국회는 입법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민이 10만 청원을 올렸는데도 해당 상임위 국회의원들이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본질과는 동떨어진 부분만 일부 고치고 말았고, 결국은 세 번째 청원이 이뤄진 뒤에야 정상적인 개정 작업이 이뤄졌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이런 느슨한 문제의식이 비단 국회의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안은 더 큰 문제일지 모른다.
사실 그동안 법이 없어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했던 게 아니다. 미국 등에 비하면 형량이 너무 가벼운 데다 그마저도 재판 과정에서 더 낮아지기 일쑤였다. 형량이 조금 세졌다곤 해도 이것 역시 현장에 적용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형기준 마련을 논의 중이다. 교활한 자기반성이나 피해자와의 합의 등이 가해자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데 악용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가 좀 더 촘촘해져야 한다. 특히 피해자가 아동이나 미성년자일 경우 감형 대상에서 아예 배척하는 등의 단호함이 필요하다.
불법 영상물 처벌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끝이어선 안된다.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렇게 떠들썩하게 진행되는 와중인데도 영상은 지금도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자료는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이들의 유통 경로, 즉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제재 없이는 생산자와 소비자만 단속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반인륜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선 인터넷 사업자에게 보다 확실한 책임과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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