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지미의 세계’ 오보 사건은 세계 언론사에 기록된 흑역사다. 워싱턴 빈민가에서 ‘지미’라는 아이가 5살 때부터 마약 중독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고발한 이 기사는 퓰리처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사내 옴부즈맨의 조사 결과 ‘지미’는 가공 인물이었다. 국내에선 오보 때문에 잡지가 폐간되는 일도 있었다. 일명 ‘20대 에이즈 여인의 복수극’ 오보 사건이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이런 류의 기사는 오보라기보다 가짜뉴스라는 편이 옳다.
가짜뉴스라는 말의 확산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 크다. 대선 1년 전 지지율이 3%에 그쳤으나 자신을 공격하는 CNN 뉴욕타임스 등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fake news)라고 프레이밍한 전략이 적중했다. 트럼프는 요즘도 자신을 비판하는 기사에 무조건 가짜뉴스 딱지를 붙인다. 사실 가짜뉴스는 소문 혹은 유언비어 등의 형태로 옛날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엔 온라인 매체를 타고 기하급수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사회문제화되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훈련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자칭’ 언론의 범람이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자 CNN이 건강 이상설을 제기하고, 지성호 태영호 등 탈북 정치인들도 “99% 사망 확신” 등 단정적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장면이 공개되자 이들 보도나 발언은 거짓이 되고 말았다. 북한 김씨 일가의 동정에 관해 잘못된 정보나 보도가 유독 잦다. 1986년엔 김일성 사망을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정부도 공식화했지만, 보도 당일 김일성이 평양공항에 나타나는 바람에 대북 정보력과 언론 신뢰도에 큰 상처가 났다. 유일하게 한 신문사가 ‘사망설(說)’이라는 신중한 제목을 붙여 한국기자상을 탔다.
가짜뉴스의 정의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정보 생산자의 고의성 여부가 주요 기준이라는데 공감하는 언론학자가 많다. 가짜인 줄 알면서 퍼뜨리면 그게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오보도 결과적으로 틀린 정보인 점은 같다. 그러나 나름의 근거가 있을 땐 오보는 될지언정 가짜뉴스라고는 할 수 없다. 오보는 취재원이나 취재력의 한계 탓이지 의도를 의심받진 않는다. 요즘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공격에 대한 강한 부인, 상대 진영 낙인찍기 전략으로 유효하게 먹힌다. 하지만 거기엔 가짜와 오보가 섞여 있고, 나중에 진짜뉴스로 판명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언론인으로서 엄격한 자기검열과 책임감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