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장막의 저주 /손균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06 20:00:59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장막(帳幕)은 단절이고 어둠이다. 장막 뒤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체로 음습하다.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철의 장막’이든 ‘죽의 장막’이든 ‘인의 장막’이든 장막은 걷히기 마련이다. 장막 뒤의 일은 언젠가는 햇빛 아래 드러나게 된다. 옛 성현들은 장막의 위험성을 넘는 방편으로 신독(愼獨)을 권했다.

말 그대로 장막 안에 홀로 있을 때 더 신중하라는 가르침이다. 인간의 자제력을 기대한 것이지만, 그리 유용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인류의 역사가 아예 장막을 하나씩 걷어내는 방향으로 걸어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민주주의는 공개주의가 원칙이다. 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를 지고 있다.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으면 동의를 얻기 어렵다.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국민은 실패한 정부에 대해 관대하지 않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장막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몰락의 길로 갔다.

그의 실패는 비공개에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많다. 그는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3전 4기로 시장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여당 시장이 됐으니, 하고 싶은 일이 오죽 많았겠나 싶다. 하지만 그는 취임 이후 시민과 멀어졌다. 대신 ‘왕수석’이니 ‘시장 뒤에 무슨 라인이 있다’느니 하는 말이 나돌았다. 그의 와병설까지 그럴 듯하게 떠돌았다.

서울에서도 많은 이들로부터 ‘오 시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시장 실종’ 상황이 길어지면서 서울 정치권에서는 그가 ‘신비주의 전략’을 쓰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일부 지방정부 수장들이 정무직 공무원들로 ‘인의 장막’을 치는 행태는 ‘대통령 흉내내기’라는 조롱거리가 된 지 제법 오래됐다. 시장 대신 ‘문고리’만 보이고 비선개입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좋은 시정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는 재임기간 시정평가에서 17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사퇴 회견에서 밝힌 대로 ‘죄’를 범한 지난 7일은 부산에서도 코로나 19 환자가 발생한 날이다. 대한민국이 코로나 19 대응의 모범국이 된 것은 역대 정부에서 쌓아 올린 선진 의료시스템과 헌신적인 의료진 그리고 국민의 희생 덕이다. 부산 시민은 물론 온 국민이 기업의 줄도산과 대량 실업의 공포 속에서도 ‘국난 극복’을 내세운 정부의 요구를 감내하는 중이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코로나 19와 전쟁 중에 몸져눕고, 여러 지방정부 수장들이 일자리를 잃은 국민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던 시기였다.

국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국민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법적 기준을 떠나 도의적으로 용서받기 힘든 대목이다.

그의 ‘죄’에 대해서는 정치적 사법적 책임과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그가 ‘죄’를 범한 후 16일 만에 사퇴 회견을 한 과정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총선을 의식한 ‘숨기기’나 ‘미루기’가 시도됐다면 잠시 속일 수 있을지라도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국민은 정부를 믿고 있다. 적어도 ‘양심선언’이나 ‘내부고발자’의 목소리로 진실이 드러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뒤늦게 ‘몰랐다’는 식의 변명이 통할 것으로 기대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지방정부가 이번 사태의 본질인 ‘공개의 원칙’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17개 광역정부는 물론 200개가 넘는 기초 정부의 수장들은 ‘공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방정부 수장은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공과 사의 경계를 구분 짓기가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한때 지방정부의 수장들이 집무실을 개방형으로 바꾸고 ‘열린 시장실’로 문패를 바꿔 다는 게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지방정부 수장들의 부정부패가 국민적 공분에 직면한 시기였다.

최근 들어 칸막이와 장막으로 되돌아가는 분위기가 확연해지고 있다. 지방정부의 권한이 꾸준히 확대되고 영향력도 커지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그만큼 이런저런 유혹에 빠질 위험성도 높아진다. 장막을 걷어내는 것이 저주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는 길이다.

서울경제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3. 3“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4. 4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5. 5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6. 6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7. 7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8. 8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9. 9‘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10. 10[도청도설] 부캉이가 띄운 북항
  1. 1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2. 2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3. 3‘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4. 4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5. 5靑 “우크라 ‘비공개 합의 없었다’는 거짓 발표”…해명·사과 요구
  6. 6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종합)
  7. 7[속보]유시민, 이 대통령 검찰개혁 "국민 속인 것"…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해
  8. 8與 “민생 더 챙기라는 말 많아” 野 “대선 언제냐며 시민 분노”
  9. 9[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2주 연속 상승…민주 38.7%·국힘 39.4%
  10. 10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 DMZ 사고 조사 지연…연휴 일파만파(종합)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3. 3K-팝 효과 끝? 관광수지 넉 달만에 적자 전환
  4. 4늘어나는 법무수요…부산도시公 사내 변호사 찾기 안간힘
  5. 5‘사장님 퇴직금’ 노란우산, 공제·목돈 마련 든든
  6. 6한화에어로 ‘경력직 가이드라인(특정 학력·나이)’ 논란…“채용과정 개선할 것”(종합)
  7. 7금고 과당경쟁 제동…지역은행 판도 촉각
  8. 8“독자 기술이 미래 경쟁력…내년 매출 4100억 목표”
  9. 9CG 없이 대규모 전쟁·액션신 뚝딱…생성형 AI 활용 본격화
  10. 10아레나 지을때까지 땅 텅텅? 임시 야외 공연장 활용안 부상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3. 3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4. 4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5. 5‘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6. 6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7. 7금정구의원이라 믿었는데…임대보증금 1년 넘게 안 줘
  8. 8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9. 9선거때 식사대접 혐의 사하구 체육회장 송치…돈봉투 수사는 무혐의
  10. 10[속보]유시민, 이 대통령 검찰개혁 "국민 속인 것"…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해
  1. 1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2. 2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3. 3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4. 4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5. 5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6. 6[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7. 7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8. 8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9. 9[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10. 10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부캉이가 띄운 북항
작자 미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엄정·신속한 진상 규명을
미중 한반도 논의…북미 대화 국면서 한국 역할 중요
세상읽기 [전체보기]
북항 찾은 상어 ‘부캉이’와 잊힌 갈매기 ‘부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