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의지’와 ‘개인 삶 축소’. 우리나라 사람이 생각하는 결혼의 이점과 단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만 19~49세 성인남녀 2000명에게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다. 미혼은 ‘정신적 의지’ 44.5%,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음’ 31.4%, 기혼은 ‘정신적 의지’ 43.6%,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음’ 19.6% 순으로 이점을 꼽았다. 반대로 미혼은 ‘개인의 삶 축소’ 41.6%, ‘자녀 양육 및 가사노동 부담 증가’ 24.2%, 기혼은 ‘개인의 삶 축소’ 37.6%, ‘자녀 양육 및 가사노동 부담 증가’ 26.3% 순으로 단점을 들었다.
이 연구원은 저출산·고령화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 변화와 국민의식 흐름을 정책에 반영하고자 이 같은 모니터링 작업을 하고 있다.
정신과 사랑이 긍정적 요소라면 개인 삶과 양육·가사노동은 양립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남녀의 초혼 평균 연령이 30세를 훌쩍 넘어선 요즘이다. 지난해 출산율이 0.92명이니 인구유지선(2.1명)과 인구위기선(1.3명) 다 뚫린 채 세계 최초 0명대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자화상과 마주한 듯하다. ‘죽은 자식 뭐 만지듯’ 백약이 무효인.
산업화와 여성의식의 변화를 바탕으로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이 미뤄지면서 전통적인 가족 모습도 변화의 물결에 휩싸인지 오래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부부 중심의 가족이 대세라고 장담할 수 없다. 한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 자녀가 없는 가족, 독신 또는 노인 혼자 사는 단독가족…. ‘사이버가족’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그 분화의 속도가 빠르다.
사정이 이러니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정부가 주도하는 행사도 짝을 이루나 보다. ‘한부모의 날’과 ‘부부의날’을 함께 기념하며 진행하는 여성가족부의 ‘세상 모든 가족, 함께 응원해요!’ 캠페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어제는 한부모가족지원법을 근거로 만들어진 한부모가족의 날, 오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를 담은 법정기념일이다. 이 캠페인 가운데 오는 20일까지 계속되는 ‘우리 가족 돌봄 챌린지’는 가족의 삼시세끼나 취미 생활 등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우리 가족 삼시세끼’는 가족이라면 서로 얼굴 맞대고 밥 같이 먹으며 부대끼는 게 최고라는 취지이지 싶다. 그래서 자문해 보시길. 함민복 시인의 싯구를 조금 바꿔 ‘한 발, 또 한 발, 밥상을 제대로 놓기 위해 걸음의 속도를 맞춰본 적’이 있는지, 그 밥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꼬맹이들과 눈을 맞추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애써 봤는지.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