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안화(CBDC)’라고 들어보았는가. CBDC는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자로 공식 명칭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인데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디지털 법정화폐라는 뜻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그간 디지털 법정화폐 도입을 추진해왔고 세계 최초로 올해 5월 1일 ‘디지털 위안화’는 시범 사용됐다. 중국 장쑤성 쑤저우, 광둥성 선전, 쓰촨성 청두, 허베이성 슝안지구 등 4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데 인민은행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디지털 위안화 공식 사용 기점(원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세계 최고 핀테크와 모바일 결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대중화에서도 선두에 있는 중국에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선 새로운 ‘디지털 위안화’는 기존 위안화와 1대 1 교환을 원칙으로 한다. 총통화량은 묶어둔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에 전자지갑 형태로 담아 현재 통용되는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이용해 사용하는데 결국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디지털 위안화’의 최대 장점은 중국 인민은행이 직접 가치를 보장해주고 결제 안정성에 책임을 진다는 데 있다. 기존 암호화폐·가상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이 발행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종이 화폐 발행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고 탈세나 범죄 자금 세탁도 쉽게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개인 프라이버시는 최악으로 빠지고 본격적인 감시·통제 사회로 가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디지털 위안화’에 ‘금 태환제도’를 접목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쉽게 말해 (디지털)위안화를 발행하는 데 일정 비율로 금을 창고에 쌓아두는 형식을 취할 것이란 이야기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아무리 중국이 부인한다 해도 그 의도는 명확하다. 현재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패권을 빼앗아오겠다는 것이다. 그간 중국은 위안화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5대 결제통화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2019년 말 현재 세계 각국 은행들의 외환 보유고 중 위안화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 기축통화의 길이 멀고도 험하다고 느꼈을텐 데 이런 상황에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중국은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코로나19 경제 충격을 막아내기 위해 ‘무제한 양적완화’를 하고 있다. 대기업 회사채를 사주고 그만큼 달러를 찍어 공급하고, 상업용 주택저당증권(MBS)도 이것저것 안 가리고 적극 매수(달러공급), 여기에 지방정부 지방채도 매입해주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해선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해 초저금리에 달러를 찍어 대출해준다.
이번엔 여기서 끝나지도 않는다. 회사채 매입은 그 대상을 정크본드(투기등급)까지 영역을 넓혔다. 코로나19 사태로 갑작스럽게 타격받은 경우로 한정했지만, 중앙은행이 망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직접 돈을 투입해 살린다는 사상 초유의 일이 생긴 것이다. 솔직히 이건 말이 안 된다. 아무리 미국이 패권국이고 달러가 기축통화라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앞뒤 안 가리고 찍어낸다면, 그리고 경제가 회복된 뒤에도 회수하지 못한다면 ‘달러 가치 폭망’과 ‘달러 신뢰도 폭락’으로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중국은 지금 속으로 미국이 어서 달러를 무한대로 찍어 경제를 살려주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경제를 살린 뒤, 그다음 찾아오는 달러가치 폭락에 디지털 위안화를, ‘금태환 디지털 위안화’를 세계에 들이밀 계획을 세웠을 수 있다. “달러 가치는 더 폭락할 것이다. 더 손해 보기 전에 달러 대신 디지털 위안화를 소유하라!”고 외치면서.
자, 그럼 여기서 드는 생각. ‘미국이 이걸 가만히 지켜볼까?’. 5월 들어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우한연구실 유래설’을 공론화하며 “나는 증거를 봤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미중 무역전쟁 재개와 관세부과에 군불을 지핀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는 살리면서 중국과 디지털 위안화를 무력화할 복안을 갖고 있을까. 2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5%를 넘는 상황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공격은 뭘까. 늦어도 올 11월 미 대선 이전에는 그 내용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제 칼럼니스트·진 투자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