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제외하고 내가 매일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최승우(51) 씨다.
최 씨는 11일로 917일 째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입구에서 천막농성 중이다. 국회 출입기자인 난 출근할 때마다 최 씨를 지나쳐 간다. 최 씨를 처음 찾아간 건 지난해 3월이었다. 당시 최 씨의 노숙농성은 500일 째였다. 그는 한 평 남짓한 판잣집에서 이미 두 번의 겨울을 지낸 터였다. 그는 “대체 왜 내가 형제복지원에 잡혀 갔을까요. 그 이유를 알고 싶을 뿐입니다”고 했다. 최 씨는 14살의 나이로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 37년이 흘렀지만 그의 시계는 1982년에 멈춰 있었다.
최 씨의 바람은 ‘그날의 진실’이다. 이를 위해 그는 ‘과거·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은 무관심했다. “난 잘 모른다”, “당 지도부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 속에 숨었다. 정쟁에 휩쓸려 의원들이 부산에서 자행된 대규모 인권유린 사건에 눈 감은 셈이다.
국회의원들의 무관심은 최 씨를 두 번이나 하늘로 오르게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국회의사당역 도시철도 캐노피(현관 문 위 덮개)에서 고공 단식농성을 벌였고, 23일째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되면서 아찔했던 농성은 끝났다.
7개월 뒤인 지난 5일 그는 다시 지붕 위로 올랐다. 20대 국회의 임기가 이달 말 끝나면서 과거사법도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하면서다. 그는 10m 높이의 국회 의원회관 현관 캐노피 위로 올라 목숨 건 단식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최 씨가 직접 땅으로 내려왔다. 그는 사흘 만에 고공농성을 중단했다.
문제의 매듭은 20대 국회를 떠나는 미래통합당 김무성(중영도) 의원이 풀었다. 국회 의원회관을 들어가던 김 의원이 지붕에 오른 최 씨에게 ‘관심’을 가지면서다. 과거사위원회 인원과 구성방식 등을 놓고 몇 년간 이견을 보여온 과거사법 개정안 합의가 몇 시간 만에 해결됐다. 결국 관심의 문제였던 셈이다.
뒷맛이 개운치 않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과거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과거사법의 통과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농성이 끝나면 밥 한 끼 꼭 합시다” 1년 전 했던 그와의 밥 약속이 조만간 이뤄지길 기대한다.
서울정치부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