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스빌 이야기’의 배경인 제인스빌은 미국 위스콘신주에 있다. GM 자동차 공장과 역사를 같이 했던 지역이다. 이 책은 GM 공장 폐쇄 뒤 5년에 걸쳐 진행된 지역공동체 변화를 실직자의 삶, 지역사회를 재건하려는 주민의 분투, 그들이 거둔 성취와 좌절을 통해 역동적으로 형상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저자는 실직을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뒤흔드는 거대한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GM 공장 폐쇄 원인과 결과, 맥락과 의미를 기술하는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대공장이 지탱한 제조업 도시의 일상과 중산층 노동자 가족이 겪는 삶의 총체적 변화상을 정교한 서사로 치밀하게 재현했다.
저자 에이미 골드스타인은 1990년대 초부터 워싱턴포스트의 기자로 일했다. 백악관을 출입하며 컬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과 빌 클린턴 섹스 스캔들 같은 굵직한 사건을 취재했다. 9·11 직후 미국 정부의 대응을 파헤친 보도로 2002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미국 정부에 억류된 불법 이주자들의 의료문제를 조명한 기사로 2009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메디케어·메디케이드 같은 의료복지 문제나 주거 문제, 2008년 금융위기가 가속화한 사회안전망 부실화 등 광범위한 쟁점에 대해 기사를 써왔다.
그는 2016년 전후로 제인스빌에서 일어난 일을 기자의 시선으로 예리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치밀한 인터뷰와 철저한 조사 결과를 담은 취재 기사를 한 편의 문학작품으로 선보였다. 공장 폐쇄가 노동자와 가족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가슴 아프게 서술하며 이 재난 앞에서 공공과 민간 부문이 취했던 대응을 냉철히 분석했다. 세계가 코로나19 재난을 겪는 가운데 국제신문도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심층적으로 취재·분석해 집대성한다면 ‘제인스빌 이야기’ 못지않은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국제신문은 4월부터 코로나19 ‘뉴노멀 시대’ 시리즈를 시의적절하게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일터의 변신 ▷일상적 ‘재난 복지’로 ▷교육, 위기를 기회로 ▷온라인으로 옮겨간 예술 ▷준비 없는 산업 망한다 등을 다뤘다. 특히 ‘일상적 재난 복지’로 편은 “역병은 가난을 파고든다”는 사회적 이슈를 의미 있게 던져줬다. 감염병이 퍼지면서 정부 노인 일자리 사업이 정지되고, 형편이 안 좋은 기초연금 수령자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부자와 빈자를 차별하며 사회 최후방 복지 민낯을 까발렸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이 발자국을 국제신문이 계속 따라가기 바란다. 바라건대 시리즈를 더 긴 호흡으로 지속적으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공동체 변화가 가져오는 영향을 심층으로 취재해 나가면 좋겠다. 치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공공과 민간 부문이 취했던 대응을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도 있다. 이를 책으로 엮어 더 많은 사람이 읽도록 하자. 전문가들은 더 심한 바이러스가 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장에 기반을 둔 기사가 도움이 되고 힘을 발휘할 것이다.
한편 도시계획을 전공한 필자로서 현 상황은 매우 곤혹스럽게 느껴진다. 그동안 현대사회는 인구 감소시대의 도시계획을 다루면서, 일반적으로 컴팩트 시티(compact city) 개념을 도시정책 모델로 삼아왔다. 도심부를 중심으로 고밀압축 개발을 하는 대신, 도시 외곽이나 녹지지역은 개발을 억제하는 도시공간 형태를 추구했다. 이를 위해 대중교통의 효율적 구축과 도시 내부의 복합적인 토지 이용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고밀과 복합, 접촉은 코로나19시대에 위험한 단어가 되고 말았다. 컴팩트 시티의 전환을 신중히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렇듯 전환기에는 모든 분야에서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사회 변화 양상을 예측하고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을 치열하게 강구할 때다. 사회 구성원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제신문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국제신문 독자권익위원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