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K-방역과 K-바이오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과거 가요·음식·패션 중심이던 한류가 의료서비스와 바이오산업까지 확장한 것이다. 드라이브 스루 진단 검사부터 확진자 동선 추적과 격리·치료에 이르기까지 방역시스템이 글로벌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 것은 가슴 뿌듯한 일이다. 코로나 정복의 선두에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위기 앞에서 단결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온 한민족의 DNA다. IMF 구제금융 때 금 모으기 운동 역시 위기 극복 DNA가 발현한 대표 사례다.
‘빨리 빨리’ 문화도 위력을 발휘했다. 방역당국은 간편 검체진단을 통해 감염자를 조기 발견하고 이동형 선별진료소와 생활치료센터 운영으로 신속하게 대응했다. 우리는 앞서 ▷1980년대 신자유주의와 글로벌화 ▷1990년대 정보화혁명 ▷2010년대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대외변수를 경제 체질 강화에 활용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는 과거와 출발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연시했던 글로벌 공급체인은 이미 훼손됐다. 높아진 국경 장벽과 자국 중심주의는 세계경제 질서와 국제협력체계를 근본부터 허물고 있다.
부산 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최근 부산시는 내수경기 활성화와 제조업 안정화를 위한 정책을 내놨다. 또 언택트·스마트·헬스 방역 산업을 포스트코로나 시대 부상할 신산업으로 제시했다. 기업 입장에선 글로벌 시장 개척에 주목하자. 내수산업 육성이나 제조업 안정화도 결국은 글로벌화와 연계되어야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륙과 해양을 잇는 부산의 지정학적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동남부의 시장이 아니라 대륙과 해양으로 뻗어나가는 기점으로서 글로벌화가 진전되어야 한다. 해외시장을 선점하려면 크게 4가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가 생산거점 재배치다. 부산 기업들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국내로 공장을 U턴시키는 ‘리쇼어링’이나 중국 공장을 동남아로 이전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고민 중이다. 말 그대로 중국 이외의 국가에생산·유통 거점을 추가로 마련하는 ‘China +1 전략’이다.
둘째는 수출 효자시장이자 세계경제의 신성장 축인 ‘인디아세안(Indiasean)’에 대한 마케팅 강화다. 지난 3월 부산 무역액을 보면 지난해보다 수출이 증가한 국가는 중국·인도와 아세안 시장 (11.5%증가)뿐이다. 이제는 단순 상품 수출위주에서 탈피해 현지 TV 홈쇼핑이나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언택트 화상 상담 강화)하는 한편 기술 라이센싱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부산의 주력산업인 조선기자재·기계·자동차 부품은 부산에서 제조해도 대량 생산용 부품은 동남아 현지에서 만드는 ‘기업 내 수직분업’도 활성화하자.
셋째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5G 통신을 이용한 제조업의 스마트화와 글로벌 플랫폼 구축이다. 최근 부산시가 유치한 ‘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AI대학원)’와 AI 전문 인력 육성 프로그램에 적극 참가하길 권한다. MICE 기업은 부산경제진흥원의 ‘MICE 강소기업’ 육성프로그램을 이용해도 좋다.
넷째는 헬스·바이오와 같은 K-방역 산업 진출이다. 부산에는 마스크·손소독제 기업 4개 외에 체열진단기 기업 1개 정도만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진단 키트를 비롯한 K-방역 시스템 수출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부산 기업들도 방역 아이템 생산 확대나 신규 진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부산경제진흥원은 AI·빅데이터·5G 통신을 활용한 전염병 예측 및 원격진료 융합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솔루션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신산업 개척이 가능하다.
선진국들이 ‘코로나 쇼크’로 아직 비틀거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빨리 빨리” 체력을 회복해 해외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야 할 시기다. K-방역이 한류의 새로운 트렌드로 우뚝 솟고 있는 이때 부산 기업들도 미래 먹거리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헬스케어나 방역 프로젝트는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는 하기 힘들기 때문에 부산시의 도시 외교가 뒷받침돼야 한다. 부산시의 해외 자매도시나 우호 협력도시와 교류를 병행할 때 현지시장 선점도 앞당길 수 있다.
코로나가 탈(脫)세계화와 로컬화라는 명분에 돛을 달아주고 있는 형국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의 필요성 또한 더 요구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부산기업들 입장에서도 글로벌 시장 선점과 협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부산 경제의 글로벌 재도약을 앞당기는 좋은 기회 말이다.
부산경제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