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스포츠 에세이] 그라운드가 다시 열리다, 비로소 봄이다 /김요아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13 19:53:27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가끔씩 주말시합을 앞두고/ 머리맡에 공을 놓고는/ 눕는다

오지 않는 잠을 위하여/ 천장을 그라운드 삼아/ 손가락에 실밥을 걸쳐본다

(중략)

허공으로 떠오르는 백여덟 개의 번뇌들

붉은 솔기는 이내 생각에 젖어/ 무겁게 회전했다

누워 떡먹기 같은 나의 공받기는/ 제대로 된 낙하지점을 찾지 못하고/ 서둘러 몸을 피했다

옆에 누운 아내의 비명소리가 요란하다”

(졸시 ‘누워서 공받기’중)



사회인야구를 시작한 십수 년 전, 주말에 있을 경기를 기다리며 한시도 공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던 때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마 가장 즐겨 했었던 일이 자기 전 누워 공 그립을 잡는 연습과 함께 제대로 포구할 수 있도록 위로 던지며 맨손으로 받는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매 순간 경기 중에 일어날 상황을 그려보고 그다음 동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흔히 말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곧잘 하곤 했던 것이다.

마치 “야구를 향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 건에 찍히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전설의 투수 톰 글래빈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던 그때 공이 회전하는 것을 보며 그 실밥의 모습까지 애써 보려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러다 하필 복잡하게 딴생각을 하는 바람에 공을 놓쳐 곁에 있던 아내에게 그만 대형 참사(?)가 일어난 일이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야구공의 실밥 수가 백여덟 개란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흔히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이 지닌 백여덟 가지의 번뇌는 결국 욕망과 집착에서 생겨나기에 이를 이겨내는 것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야구도 그 공의 실밥 수를 통해 이를 말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어느 야구해설가는 야구가 힘을 빼야 더 잘할 수 있는 스포츠라 하였는데, 그런 면에서 이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힘도 빼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여러모로 야구와 우리 생은 닮은 점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

여하튼 그때 그 경험은 기억 속에 아주 선명히 남았다. 유년 시절 꽤나 즐겼던 동네 야구의 관성이 처음 시작한 사회인야구에 대한 열정과 맞아떨어져 강력한 몰입으로 이어지던 시기라 그 당시는 공을 잡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두근거리며 시합을 애타게 기다리던 그 묘한 긴장이 짜릿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제 그때처럼 그렇게 기다려만 왔던 그라운드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사람 간 대면이 통제되는 이 지구의 역설로 인해 비록 봄이 왔는데도 야구를 할 수 없었다. 우리는 야구에 목말라 있었다.

하지만 필자가 속한 사회인야구 리그가 5월 첫째 주부터 발열 체크를 하고 마스크를 쓰는 것을 전제로 재개됐다. 또한 수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한국 프로야구(KBO)도 우여곡절 끝에 무관중 경기로 개막했다. 게다가 방역 선진국다운 면모를 보이며 매일같이 미국 전역에 한국 프로야구 한 경기가 ESPN 스포츠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니, 어쩌면 또 다른 한류의 시작으로 여겨질 정도다.

겨우내 묵은 글러브와 스파이크의 먼지를 털어내고, 늘 만지작거리던 공의 촉감을 기억하려 해본다.

땀내와 함께 얼룩지는 그라운드 위에서 초심(初心)을 간직한 채 열정을 마음껏 꽃피울 바로 지금이 ‘새로운 봄날’이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시인·부산 경원고 교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4. 4“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7. 7‘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8. 8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9. 9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10. 10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3. 3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4. 4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5. 5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8. 8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9. 9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10. 10“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4. 4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5. 5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6. 6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7. 7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8. 8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9. 9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10. 10부산 ‘에이지테크’ 해외 노크…日 시니어 시장 진출 길 열어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7. 7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김해·전주시장 “특례시 기준 낮춰달라”
  10. 10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5. 5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