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생활과 법률] 동료 연봉이 비밀이어선 안 된다 /김두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13 19:55:50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상당수 회사는 자기나 동료의 연봉을 공개하거나 묻는 것을 금기시한다. 어떤 회사는 자신의 월급을 남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비밀서약서를 받기도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의 월급이 동료보다 많다는 게 알려지면 위화감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 이유만일까.
   
그림 서상균
10명 이상이 일하는 회사는 취업규칙을 작성해 노동부에 신고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93조). 취업규칙은 근로시간·휴게시간·휴일이나 징계·포상 절차 등 근로관계에 관해 적어 둔 문서다. 말하자면 사규다. 근로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임금의 결정 방법과 구체적인 임금액도 당연히 취업규칙에 포함된다. 인사평가나 근속연수·근무부서에 따라 얼마를 받게 되는지가 취업규칙에 명시돼야 한다. 법령으로 봉급표가 전 국민에 공개되는 공무원처럼 임금을 미리 정해둔 호봉표는 취업규칙으로서 근로자 전체에게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14조).

호봉표가 첨부되지 않은 취업규칙을 신고하면 노동부는 시정을 명할 수도 있다. 개별 인사평가 점수는 비밀일 수 있어도 평가점수에 따라 얼마의 월급을 받게 되는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전체 사원에게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다. 연봉이 비밀이 될 수 있는 경우는 개별 연봉협상을 거쳐 스카우트되는 일부 임원이나 특별한 직원뿐이다. 사실상 회사가 제시하는 대로 월급을 받게 되는 거의 대부분의 근로자는 취업규칙에 따라 미리 정해진 임금을 받아야 한다. 취업규칙보다 적은 월급을 주는 근로계약은 무효이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취업규칙에 정해진 임금을 받을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97조). 물론 취업규칙보다 적게 주는 것만 무효이고, 그보다 더 주는 개별 근로계약은 유효하다.

이처럼 취업규칙은 그 회사 근로자 전체에 일률적으로 근로조건을 정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대부분 조항이 그러하듯 취업규칙은 근로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사장도 미리 정해둔 취업규칙 규정에 구속되기 때문에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특정 근로자의 임금을 멋대로 깎거나 동료들보다 적게 줄 수는 없다. 여성이거나 어리다는 이유로, 만만하니까 남들 주는 수당을 안 주거나 월급을 깎는 것도 안된다. 무조건 취업규칙대로 다른 근로자와 동일한 기준에 따라 줘야 한다.

그런데 자기나 동료의 연봉을 비밀로 하면 누구도 자기가 받는 월급이 취업규칙에 미달하지는 않는지, 규정에 어긋나게 잘못 책정된 것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아무도 모르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다. 사장은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자기 입맛대로 근로자에 따라 월급을 달리 책정할 수 있다. 마음대로 월급을 정할 수 있는 사장은 더욱더 막강한 갑이 된다.

취업규칙에 미리 정해둔 근로조건은 사장 마음대로 변경할 수도 없다. 미리 정해둔 직급이나 직무별 기본급과 각종 수당은 물론 식비나 표창에 관한 부분도 기존 규칙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는 안 된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근로계약이 노예계약이 아닌 이상 최초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정년까지 예정된 근로계약조건을 계약 당사자 일방에 불과한 사장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게 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여기까지 보면서 “난 우리 회사 취업규칙을 본 적이 없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이 현장에서 상당부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계약만이 아니라 갑과 을의 권력관계가 강한 곳은 어디에서나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성추행·가정폭력이 불법인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지금도 불법행위가 반복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취업규칙은 그나마 정상적인 노동조합이 있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중 10%만이 볼 수 있을 뿐 나머지 90%의 근로자는 본적도 없고 찾으려 해서도 안되는 문서가 된 것이다. 하지만 보려면 볼 방법은 있다. 취업규칙은 노동부에 신고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대개는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내 월급이 제대로 책정된 것인지, 수당은 제대로 나왔던 건지, 징계나 인사절차는 똑바로 된 것인지를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본 규정만 신고하고 정작 중요한 각론(세칙)은 신고를 안해두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말이다.

변호사·법무법인 여는, 금속노조법률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4. 4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5. 5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6. 6“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7. 7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8. 8“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9. 9부산 1000억 문화펀드 조성…퐁피두·라스칼라는 이달 결론
  10. 10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4. 4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5. 5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6. 6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9. 9[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10. 10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4. 4“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5. 5“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6. 6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7. 7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0. 10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4. 4[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5. 5“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7. 7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8. 8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9. 9“비영리법인 설립, 법 기준 세워야”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5. 5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6. 6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7. 7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8. 8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9. 9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10. 10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AI 패권
병역 혜택, 야구는 빼자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지휘부도 인력도 없이 졸속 출범하는 공소청·중수청
정부, 지뢰 도발에 단호하고 강력한 상응조치 취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