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세상을 살고 있는 2020년에도 추운 겨울은 지나고 희망찬 봄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나 싶었더니 다시 새로운 확산이 밝혀져 이래저래 힘든 5월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지나갔고, 오늘(15일)은 스승의 날이다. 무엇보다 순차적인 등교개학을 예정했던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니 사회 여러 분야 중에서도 교육 분야의 혼란은 더욱 정도가 심할 것이고, 교육계 특히 선생님들이 겪을 어려움은 더욱 심할 것 같다.
선생님과 스승이라는 말은 같은 의미를 가졌는데 그래도 ‘스승’이라는 말에서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한 인간에게 삶의 지혜와 지표를 가르쳐 인도하는 고귀한 사람을 가리키는 느낌이 더 난다. 세상이 혼탁해져 갈수록 잊지 말아야 할 단어가 ‘스승’이라고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어릴 적 그렇게 부족하던 시절에도 스승의 날이 되면 색종이로 카네이션을 만들고 편지지에 꼭꼭 연필로 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쓰던 그때가 새삼 그립다. 김영란법으로 이런 행동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고 심지어 스승의 날을 전후해서는 학교 방문도 조심스러운, 어찌 보면 조금은 팍팍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스승의 날이 학창 시절 삶의 지표를 알려주신 스승을 향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는 날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렇게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를 표하는 날을 별도로 지정해 기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스승의 날이 대한적십자사에서 청소년에게 인도주의 정신과 봉사활동을 교육하고 권장하기 위해 운영하는 RCY(Red Cross Youth,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의 활동에서 비롯되었음을 생각하면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사랑과 봉사의 RCY 운동에는 오늘날 190여 개국 1억여 명의 청소년이 참가하는데 1870년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보불전쟁의 희생자를 돕기 위해 시작해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캐나다 호주의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전쟁으로 고통을 겪은 유럽 청소년을 돕는 활동으로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RCY 활동은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3년 대한민국 임시수도 부산에 전래됐으며, 우리나라 RCY 활동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국토에 미래의 희망을 심겠다는 마음으로 부산 서구 암남동 천마산 일대에 1만 그루 나무를 심는 식목 활동으로 역사적인 첫 활동을 시작했다.
RCY가 제정한 ‘스승의 날’은 1958년 충청남도 강경여고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병중에 계시거나 퇴직하신 선생님을 위문하는 봉사활동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활동이 자연스럽게 인근 지역 학교로 확산됐고 전국 청소년적십자단원들이 스승의 날을 제정하고 기념하자는 뜻을 모아 1964년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고 제정 취지문을 발표했다. 이로써 제1회 스승의 날이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에 의해 기념되기 시작했다.
이후 1965년 RCY 단원들은 민족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하기로 결정한 뒤,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생회장들에게 RCY가 제정한 ‘스승의 날’ 의미를 알리고 기념식을 같이 개최하자는 호소문을 보내 스승의 날이 오늘날과 같이 전국적으로 기념되기 시작했다. 스승의 날은 인생에 큰 가르침을 준 스승의 은혜와 마음을 생각하는 소중한 날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웃음으로, 활기로 가득 차 있어야 할 학교가 코로나19로 덩그러니 비어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최근 학령인구가 줄고 입시가 최우선이 된 분위기 탓에 전인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청소년단체 활동이 많이 위축됐다고 한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에게 참혹한 전쟁터에서조차 인간 존엄성을 지키자고 주장했던 앙리 뒤낭의 숭고한 인도주의 정신을 전하고, 어려운 이웃을 한 번쯤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을 갖추게 하는 청소년적십자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특히 부산은 대한민국 RCY 운동의 발상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