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트롯 가수 김호중 씨의 사연이 화제다. 어릴 적 부모 이혼으로 할머니 밑에서 자란 그가 어둠의 세계에서 방황하다 운명처럼 성악의 길로 들어서고 ‘고딩 파바로티’에서 ‘미스터 트롯’으로 변신하기까지 개인사만 그런 게 아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시련과 좌절의 순간마다 묵묵히 손잡아 끌어준 고교 스승과의 인연은 더 큰 감동을 줬다.
올해 제39회 스승의 날은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이 등교를 못하는 초유의 상황에서 맞이하게 됐다. 잠잠해지는 듯하면 다시 번지기를 반복하는 바이러스 때문에 개학이 다섯번이나 미뤄져 아이들이 새 담임을 만나지도 못한 채 1학기 절반이 지나버렸다. 스승의 날엔 굳이 학교 차원이 아니어도 반 단위로는 조촐한 이벤트를 갖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그런 소소한 추억거리마저 이번엔 만들 수가 없다. 한국교총은 아예 올해는 공식적인 기념식을 갖지 않기로 했다. 부산교총도 마찬가지다. 1982년 스승의 날이 기념일로 부활한 이래 공식 행사가 취소된 건 2010년(교육 비리)과 2014년(세월호 사고) 이후 세 번째다.
4년 전 인공지능(AI) 알파고가 혜성같이 등장해 인간계 바둑의 신 이세돌을 꺾은 후 AI 때문에 사라질 직업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졌다. 교사는 조사기관에 따라 미래가 좀 들쭉날쭉하다. 영국 옥스퍼드대나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없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은 직종으로 분류하고, 미국 스탠퍼드대는 대체 가능하다고 봤다. 딥러닝이라는 기술 덕분에 학습능력만큼은 인간이 기계를 따라갈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오래 살아남을 직업의 특징은 수치화 계량화 할 수 없는 창의력과 감성에 기반을 둔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교사라는 직업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지속 가능 여부에 대한 전망도 갈리는 셈이다.
코로나가 의도치 않게 온라인 교육의 시대를 앞당겼다. 컴퓨터를 사이에 두고 교사와 학생이 비대면 수업하는 미증유의 교육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것이 유토피아의 시작인지 디스토피아의 서막인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교사가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교육기술자에 그친다면 특정 플랫폼의 하위 노동자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그러나 교사의 역할은 그게 전부가 아님을 우리 모두 안다. 어깨를 다독이는 것도 사람이고 회초리를 드는 것도 사람이다. 공감 교감 소통은 로봇의 영역이 아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그리운 선생님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그런 스승은 알파고가 대신할 수 없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