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국회가 이제 2주 남았다. 오는 29일로 임기가 끝난다. 주지하듯이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란 딱지가 붙었다. 숱한 공전과 파행, 여야의 극단적 대립과 정쟁으로 얼룩진 결과다. 더구나 처리하지 못하고 쌓인 법안이 1만5000건을 웃돈다니,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그나마 다음 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임시국회 소집에 여야가 뜻을 모았으나, 만시지탄이다. 무슨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느낌마저 든다.
20대 국회가 제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건 ‘회의시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 4년간 본회의·상임위원회, 각종 공청회 등을 통틀어 계산해 보니, 의원 1인당 평균 ‘한 달에 4일’ 정도만 회의를 했다는 얘기다. 그러고도 한 달에 1000만 원 넘게 받으니 기가 찬다. 물론 회의시간이 평가의 전부가 아니라고 해도, 국회 본연의 업무인 입법을 위해서는 의원들이 모여서 심의·토론하는 것은 필수 요소다.
그간 얼마나 밥값을 못하고 일을 안 했으면 이런 표현까지 나왔다. ‘하늘 아래에 이런 국회가 있겠는가’. 그것도 문희상 국회의장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 말이다. “조그만 시골의 친목계를 해도 정관이나 회칙을 만들어 자주 못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제명하거나 경고하는데, 지금 국회는 윤리위원회도 없다”면서 ‘하늘 아래 이런 국회’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사실, 이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국회 수장인 그가 마치 ‘남 일’처럼 그렇게 손가락질할 수 있는가 싶어서다. 하기야 오죽 한심하고 답답했으면 그럴까도 싶다.
문 의장의 토로처럼 20대 국회는 개혁입법을 제대로 못했고, 선거제 개혁은 완전 실패작이다. 그렇다면 21대는 달라져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민의의 전당 기능을 다하는 국회, 밥값을 다하는 국회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점에서 177석의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일하는 국회’ ‘상시 국회’를 최우선으로 내세운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 과제는 새삼스러운 게 전혀 아니다. 상시 국회만 해도 1990년대 후반부터 제기돼 왔다. 국회가 새로 문을 열 때마다 추진됐으나, 여야 간 이견 속에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예컨대 18대가 출범한 2008년에도 그랬다. 당시 국회의장 자문기구에서 상시 국회, 상시 국정감사, 상임위 활성화 등의 국회운영개선방안을 내놨지만 그 이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지금 국회에도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안(국회법 일부 개정안)’이 상당수 계류돼 있는 상태다. 그 중에는 상시 국회운영체제 구축과 신속한 의사절차, 회의 불출석 의원에 대한 징계 강화, 윤리위원회 상설화, 상설 소위원회 설치 등이 담겼다. 21대 국회는 집권 여당이 의회주도권을 장악했으니, 통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그러나 법사위원회의 법안 자구체계 심사권 폐지 여부 등 일부 쟁점에 대한 미래통합당의 반대로 마찰이 일어날 공산도 크다. ‘일하는 국회법’이 21대 국회에서 여야 협치의 첫 번째 관문이자 시험대인 셈이다.
그 외에도 21대 국회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면한 코로나19 국난과 ‘경제 방역’에 적극 대처하는 것은 기본이다. 보다시피 코로나가 일으킨 세상의 변동은 실로 엄청나다. 여기에 국회가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지난 4년간 지체됐던 여러 개혁입법에 힘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여당에 과반 의석을 몰아준 의미도 그와 다르지 않다. 4년 전 촛불항쟁 이후 행정권력과 지방권력에 이어 의회권력도 바뀐 만큼 이제는 국회가 그 존재가치를 보여줘야 할 시간이다. 국회 개혁도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가장 선행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아야 하고, 세비 축소도 이뤄져야 한다. 특히, 새 임기가 시작되는 오는 30일 하루만 일하고도 5월 세비로 거의 반 달치를 받는 문제는 꼭 고쳐야 할 점이다. 가뜩이나 국민적 불신을 받는데 고액의 보수와 수십 가지 특권을 누려서는 안 된다. 쉽지는 않겠지만, 특권을 스스로 없앤다면 개혁입법 추진의 밑거름이 되고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감동을 줄 것이다.
역대 사례에서 봤듯이 우리 국회는 초선 의원이 많아졌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만 바뀐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당과 국회 운영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구조개혁이 없으면, ‘일하는 국회’는 이번에도 ‘구두선’에 그칠지 모른다. 정치권을 지배하는 ‘제로섬 게임’ 즉, 상대의 이익은 나의 손해라는 논리에서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모든 사안을 정쟁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소아병적 행태에서 탈피하지 않는 한 국회의 생산성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21대에서는 ‘하늘 아래 이런 국회가 있겠나’라는 소리가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논설위원 ksyoung @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