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호사카 유지 교수의 책을 읽으며 /조봉권

극우 비판 친한파 지식인, 최근 ‘신친일파’ 책 통해 “반일종족주의 등 주장은 日극우 논리 되풀이 불과”

한일 갈등 접점 찾아야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9월 12일 자에 유명한 조선의 지식인이 쓴 글의 일부라고 한다. “나는 일찍 조선인의 동화(同化)는 일본신민이 되기에 넉넉한 정도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일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에 와서는 이러한 신념을 가진다. 즉 조선인은 전연 조선인인 것을 잊어야 한다고. 아주 피와 살과 뼈가 일본인이 되어 버려야 한다고. 이 속에 진정으로 조선인의 영생의 유일로(唯一路)가 있다고.”(황태연 등 지음 ‘일제종족주의’ 179쪽)

조선에 대한 일제의 황민화 정책이 한창이었을 그 시절, 이렇게 글을 쓴 조선 지식인에게도 나름 ‘고민’은 있었을 것이다. 당시 넘볼 수 없던 선진국이던 일본이 준 압박감과 막막함도 컸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런 문장은 언제 읽어도 싫다. 굳이 댈 필요도 없을 만큼 다채로운 이유가 있지만, 한 가지 들자면 조선 독립을 꿈꾸며 투쟁하고 희생했던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이 다른 나라에 예속돼 권리를 뺏기고 존엄을 잃고 정신과 물질 모든 측면에서 피해를 보던 그때의 상황을 깨뜨리며 바꾸기 위해 많은 사람, 다양한 분이 투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큰 희생을 치렀다. 일제가 조선에 이익을 주려고 쳐들어왔을 리가 만무하므로 피해를 입은 조선 사람은 엄청나게 많았다. 식민지 조선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돌아갔으니 그 과정에서 이익을 본 조선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잣대는 쓸모가 없다.

자립과 자존이 근본부터 짓밟히고 부정당한 상황에서 그것을 되찾는 일보다 급한 것이 무엇이 있으며, 강점된 형편에서 일부라도 이익을 보는 구조가 생긴다 한들 그것이 얼마나 오래가고 커질 수 있을 것이냔 말이다.

2020년 현재 시점에 돌이켜보면, 조선은 제국주의 시절 일본이 먹을 수는 있어도 소화할 수는 없는 나라였다. 일본은 ‘보편’에 관한 감각과 이해가 너무 떨어졌다. 보편적인 것을 담대하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안을 특수하게, 특수하게 잘게 나누고 그것을 특정한 틀 안에 촘촘하게 배치하고 머무는 특성이 강했다. 그런 성향은 지금도 이어져 한국에서 ‘갈라파고스 일본’이라는 표현까지 낳았다. 한때 이기지만, 장구하게 이어가지 못할 공산이 크고 외부의 큰 충격이나 아예 새로운 요인이 출현할 때 잘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

디지털 영역에서 뒤처지거나, 최근 들어 혁신력을 별로 보이지 못하는 모습, 활력보다 정체하는 인상을 일본이 주는 상황이 이와 연관 있을 것이다. 한국 또한 장점 못지않게 만만찮은 약점과 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일단 이 글에서는 논하지 않기로 한다.

꽤 알려진 대로, 일본회의는 극우 성향 일본 정치·사회 단체로 일본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2016년 현재 일본 전국 243곳에 지부가 있고,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현재 내각 각료와 수많은 국회의원이 소속돼 있다. 일본 신사본청과 메이지신궁의 후원을 받으며, 아름다운 일본헌법을 만드는 국민모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국제역사논전연구소 등 수많은 단체와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다고 한다.

그러니 그들의 주장 또한 과거에 머문 논리, 침략적 제국주의 시절 일본이 저지른 잘못에 관한 부정, 상대방으로서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강변, 혐한 표출 등이 많이 포함돼 있다.

최근 저서 ‘신친일파’를 펴낸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횡행하는 ‘반일종족주의’ 류의 주장이 새롭게 제기된 연구 결과물이라기보다 상당수가 일본회의를 중심으로 한 일본 극우 단체·극우 인사들이 일본에서 그간 내놓은 주장을 가져와서 반영하고 부연한 것이거나 그 연장선에 있다.

‘신친일파’라는 책은 실증적인 자료를 통해 ‘반일종족주의’ 속 각론의 근거와 자료 활용 방식을 비판한다. 나아가 ‘반일종족주의’ 류의 주장 속에 활용된 일본회의 등 일본 극우 세력의 인식과 논거를 또박또박 반박한다. 2003년 한국으로 귀화한 호사카 유지 교수가 그간 쓴 책을 보면 ‘일본의 위안부 문제 증거자료집’ ‘독도, 1500년의 역사’ ‘대한민국 독도’ ‘대한민국 독도 교과서’ 등 논거와 자료를 제대로 찾아 갖추지 못했다면 쓸 수 없는 저서가 많다. 그런 점에서 호사카 유지 교수는 고마운 존재다.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나쁜 채로 너무 오래 가서는 서로 불편하고 손해도 커질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있고 상호성이 강한, 나라 사이의 관계에서 신중한 접근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어렵다. 지금으로선 감정은 조금 내려놓고, 차분하게 근거 있고 논리적인 접근부터 서로 해나가는 방법밖엔 없지 않겠나.

편집국부국장 겸 인문연구소장 bgjoe@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손흥민 “팀 동료 그리웠다…3주 군사훈련 특별한 경험”
  2. 2KBO, 8월부터 2군에 로봇심판 도입
  3. 3독일축구협회,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 지지
  4. 4하위 타선도 안 도와주네…식어버린 롯데 방망이
  5. 5‘황희찬 83분’ 잘츠부르크, 리그 재개 첫 경기서 빈 2-0 승
  6. 6동아대 MBA 총동문회 신임 강호철 회장
  7. 7강생일 한국자유총연맹 연제구지회장, 부산 연제구에 초음파 분무형 살균·소독기 2대 기증
  8. 8위험에 빠진 사람들, 누굴 먼저 구할지 선택은…
  9. 9‘기본소득’ 논쟁 격화에 한 발 뺀 김종인
  10. 10[아침숲길] 꽃의 여왕 /양민주
  1. 1北 김여정, 남북군사합의 파기 언급 “대북전단 조치 안하면 파기 각오해야”
  2. 2통일부 “대북전단 살포 접경지역 국민생명 위험 초래…중단돼야”
  3. 3‘기본소득’ 논쟁 격화에 한 발 뺀 김종인
  4. 4지역경제 악화 시 정부 선제적 지원 등 ‘활성화 특별법’ 국회 발의
  5. 5김여정 “대북전단 방치땐 군사합의 파기” 정부 “백해무익 행위…방지책 마련 검토”
  6. 6동구, 부산YMCA 시민회와 북항막개발 간담회 개최外
  7. 7위기산업 선제적 정부지원 규정
  8. 8여당 “하늘 두쪽 나도 5일 개원” 야당 “독재 선전 포고하나”
  9. 9수행비서 없애고 셀프 커피…초선들 ‘탈권위’ 앞장
  10. 10이진복·유재중 먼저 시동 건 통합당 부산시장 후보 경쟁
  1. 1연금복권 720 제5회
  2. 2주가지수- 2020년 6월 4일
  3. 3금융·증시 동향
  4. 45년 뒤 도심 하늘에 ‘드론 택시’ 띄운다
  5. 5'이재용 사과' 후속조치..삼성계열사 이사회 아래에 노사자문위 설치
  6. 6부산 감천항 서쪽 해역 오염퇴적물 정화사업 본격화
  7. 7LS 구자홍 등 총수일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8. 8전국 양돈농가 방역태세 미비
  9. 9현대차 싼타페 11만1609대 시정조치(리콜)
  10. 10우리 나라 교량·터널 연장 5744㎞…10년 만에 60% 늘었다
  1. 1부산지검 현직 부장검사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2. 2윤산터널내 3중 추돌 사고
  3. 3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던 9살 초등생 끝내 숨져
  4. 4국민 절반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찬성”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9명…수도권에 36명
  6. 6검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7. 7주촌면 의료폐기처리시설 사실상 논란 매듭
  8. 8오거돈 성추행 피해자 “사과 받은 적 없다…합의 시도할 시 가만있지 않을 것”
  9. 9북한 황해북도 송림 동북동쪽서 규모 2.5 지진 발생
  10. 10부산지역 여성단체 “오거돈 당장 구속하고 처벌하라” 규탄 목소리
  1. 1독일축구협회,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 지지
  2. 2손흥민 “팀 동료 그리웠다…3주 군사훈련 특별한 경험”
  3. 3‘황희찬 83분’ 잘츠부르크, 리그 재개 첫 경기서 빈 2-0 승
  4. 4KBO, 8월부터 2군에 로봇심판 도입
  5. 5하위 타선도 안 도와주네…식어버린 롯데 방망이
  6. 6ESPN “NC 구창모 주목…5월 활약 미국서도 드문 기록”
  7. 7MLB 구단-노조 연봉 갈등 점입가경
  8. 8메시, 바르셀로나서 1년 더 뛴다
  9. 9세계 1위 고진영, 국내파 독무대 KLPGA 우승컵 들까
  10. 10NBA, 8월 1일 시즌 재개 추진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포구예찬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기고 [전체보기]
국산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 유지하라 /김치용
폭염과의 현명한 동행 /김종석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고대사는 가야사? 신라사? /권용휘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방탄소년단 슈가와 대취타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칼 끝 무뎌진 공정위 /이석주
장관 출신에게 관심을 /정옥재
도청도설 [전체보기]
2차 재난지원금
민주집중제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치의 딜레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사설 [전체보기]
낙동강수계법 개정안 21대 국회선 반드시 처리하라
생활 속 거리두기 한 달…산발적 집단 감염 안심 못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또 밥만 먹는 협치?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체인저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