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TV 예능 트렌드 중 하나는 ‘경제 예능’의 부상이다. 부동산·재테크·금융 투자나 현명한 소비 방법을 소개하며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정보를 유쾌하게 버무려 시청자들을 파고 든다. 경제 예능은 특히 젊은 시청자층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것 같다.
그 중 한 프로그램에서 2030세대를 대변하는 출연자의 투자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월급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지만 한계를 느낀 그는 다소 부담이 크지만 수익이 높은 P2P 투자부터 비트코인으로 큰 손실을 봤던 경험까지 풀어놓았다. 끊임없이 투자처를 물색하면서도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십 곳에 나눠 자금을 쪼개 넣는 노력을 마다 않는 그는 방송에서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세대지만 아이디어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 자리에 있던 한 자산관리사는 “지금 젊은 세대는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누렸던 부모세대보다 부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혜택을 받은 윗세대로서 책임감을 갖고 조언에 임하겠다”며 이런저런 조언을 했다.
2030 세대의 이런 고민을 보면서 떠오른 건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의 화제였던 ‘동학개미운동’이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외국인 큰손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놀랍게도 그간 국내증시를 외면했던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며 지수를 떠받쳤다. 특히 눈길이 갔던 부분은 전체 투자자의 50% 이상이 2030 세대였다는 집계다. 2030 세대는 변동성이 큰 현재 주식시장을 시작으로 점차 고수익·고위험의 레버리지 구조화 상품에도 뛰어들었다.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경고가 이어졌지만 고수익 투자에 대한 움직임은 쉽게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도 최근 ETN·ETF 투기 억제를 위한 방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2030세대의 거침없는 투자는 과거 ‘묻지마 베팅’을 감행하던 비트코인 열풍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는 국내 자본시장 성장에 고무적이지만 우려가 공존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 탓이다. 하지만 2030세대의 ‘베팅’을 그저 단순한 투기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이들은 따라잡기 힘든 집값과 불안정한 일자리, 저성장과 저금리의 그림자와 마주하고 있다. 화끈하고 대범한 주식시장의 동학개미운동은 어쩌면 희망과 비전을 발견하지 못한 2030 개미들의 절박한 초상인지도 모르겠다.
서울경제부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