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사회적’ 과학기술 /윤부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18 19:49:16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구멍가게 하나까지 알뜰히 털어먹는 일수꾼마냥 신종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신나게 헤집어 놓았다. 코로나19를 전후해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도래할 거란 의견도 있다. ‘코로나 시대’가 역사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지 아니면 단순한 수사적 표현에 그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적어도 한 가지 사실 만큼은 확실히 인식시킨 듯하다. 바로 ‘과학기술’이 그 자체로는 철저히 무력하다는 깨달음 말이다.

사람들은 코로나19를 통해 과학보다는 ‘사회의 위력’을 실감했다. 한국의 방역 총력전, 신천지가 드러낸 특정 종교집단의 민낯, 구로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온갖 측면을 들췄다. 덕분에 마스크 배급제부터 국경폐쇄, 재난기본소득 심지어는 민주주의에 대한 거대 담론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백가쟁명이 4·15총선과 맞물려 벌어졌다. 전염병은 이미 과학기술을 넘어 사람과 사회의 문제가 되었다.

과학기술이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된 출발점은 과학기술이 곧 ‘생산성 향상을 통한 소득증대’의 수단으로 정의되면서부터다. 신지식인, 녹색성장, 창조경제, 그리고 지금의 4차 산업혁명까지 역대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역시 이름만 바꿔왔을 뿐 본질은 같았다. 사람 없이 일하고 사람처럼 일하는 기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이 약속한 것은 바로 이런 기계 같지 않은 기계들이다. 미래형 기계들은 사람 없이 일하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사람처럼 일하기 때문에 사람을 대신할 수 있다고 한다.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는 모르겠으나, 그 범위는 점차 확대될 것이다. 경제성만을 기준으로 인공지능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결론은 이미 나온 듯하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닮았다.

과학기술은 단지 생산성을 높여 국가에 이바지하는 도구가 아니다. 과학기술은 정치·경제·사회가 얽히고설킨 기술-인간 복합체의 형태인 ‘테크노사이언스(Technoscience)’의 개념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테크노사이언스를 통해 재구성된 과학기술의 특징은 그것이 ‘사람의 일’이라는 점이다. 지금의 과학기술은 음습한 연구실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나 고풍스러운 교정을 거닐던 아인슈타인의 머릿속에서 불현듯 나오지 않는다. 과학기술 연구가 ‘과학 영웅’의 단독작업이 아닌 만큼 그 출발부터 철저히 사회적이고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연구계획서는 고도의 정치적인 작업이다. 연구주제를 스스로 찾는 일에 능숙해야 하며 정부의 ‘니즈’를 찰떡같이 알아먹고 연구비는 적정수준에 맞춰야 한다. 연구 수행 과정에서도 온갖 종류의 사회적 갈등이 뒤따른다. 흔히 과학의 ‘차가움’을 비판하며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을 이야기하지만 이미 과학은 지극히 인간적인 셈이다.

과학기술이란 보검을 이용해서 복잡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리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이 사회의 문제로 인식되는 순간, 시민의 역할도 이전과 같을 수 없다. 그간 ‘교양’으로서의 과학은 양자역학처럼 어렵지만 ‘있어 보이는’ 과학지식을 습득하고 이에 감탄하는 일에 불과했다. 과학기술의 사회성을 이해하려면 차라리 SF(Science Fiction)를 읽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 SF야말로 과학기술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또 사회는 과학기술의 개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장 정교하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시민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백가쟁명이 그 증거다. 과학기술로 촉발된 사회적 논의가 단순한 진흙탕 싸움으로 끝나지 않고, 더욱 건설적인 결과로 이어지려면 더 많이 공부해야겠지만 말이다. 다가오는 4번째 과학혁명은 경제적인 성장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성장지상주의의 과학기술이 아니라 ‘누구나’의 관심 속에서 개개인의 본성과 감성이 인정되며 사회적 불평등이 해소되는 따뜻한 사회, 인간중심 사회로 전환해주는 ‘사회적 혁명’이 되길 기대한다.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3. 3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4. 4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5. 5[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8. 8‘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6. 6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7. 7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8. 8‘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9. 9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10. 10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8. 8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연구혁신 부문
  10. 10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3. 3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4. 4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5. 5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7. 7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8. 8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