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내가 SNS에서 화제가 된 짧은 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한 살 정도 됐을 법한 아기가 얼굴에 쓰고 있던 마스크를 살짝 내린 뒤, 손에 든 과자를 입에 넣어 조금 깨물어 먹고는 바로 마스크를 올려서 원래대로 얼굴을 가리는 영상이었다. K-방역 홍보 영상으로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는 댓글이 많았고, 우리 부부도 정말 완벽한 홍보영상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에 거주하는 지인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그 지인들이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사는 한국인들이기에 그 반응은 더 충격적이었다. 그들의 반응은 아기가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아기의 행동이 영악해 보이고, 영악함에서 더 귀여움이 느껴졌던 것인데, 외국 생활이 20년이 넘은 지인들은 마치 기계처럼 자동적으로 마스크로 입을 덮는 아기가 불쌍해 보였다는 것이다.
지인들이 살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국가는 대한민국보다 선진국으로 알던 나라들이다. 그곳에서 현재 우리 기준으로 볼 때는 엄청난 규모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늘고 있고,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사망하는 사람 수도 많다. 언론에서는 연일 그 선진국들의 정부와 국민이 대한민국 방역시스템과 대한민국 국민의 시민적 방역 동참에 찬사를 보낸다고 보도한다. 그렇다면 맛있는 과자를 먹기 위해 잠깐 마스크를 내렸다 올리는 한 살배기 아기의 행동 역시 감탄을 자아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은 아기까지도 완벽한 자기 방역을 하는 모습에 경이로움을 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인 중 영국에 거주하는 한 가족은 2주 전 전원이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지금은 회복 단계라고 한다. 앵글로 색슨계 영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로 구성된 가족이다. 한국인 엄마는 코로나에 감염되기 전부터 우리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해, 한탄했다. 영국인 남편과 딸들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종일 잔소리해도 절대 쓰지 않는다고. 왜 쓰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그냥 자신은 쓰기 싫다는 것이고 쓰건 말건 자기 자유라는 것이란다.
이런 생각이 미국 유럽에서 보편적이라면, 그곳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부러워하는 것은 코로나19 이전에는 과잉 의료라고 우려를 사던 한국의 의료시스템과 의료자산이 아닐까 싶다. 무료거나 상대적으로 무료에 가까운 비용에, 신속히 대규모 감염진단검사를 하는 의료시스템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놀라울 정도로 많은 환자의 치료를 감당해내는 의료장비, 병실, 의료인력이라는 의료자산이 부러울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활화된 마스크 쓰기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것 같다.
현시점에서 한국 의료시스템과 의료자산을 부러워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당장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만 열심히 해도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왜 그렇게 마스크를 쓰기 싫어할까? 언론에서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지만, 서양 사람에게 마스크는 병자, 약자, 감출 것이 있는 자, 가릴 것이 있는 자, 어두운 자들이 쓰는 것이다. 미국에서 8년간 유학하는 동안 서양 사회에서 동양인의 이미지는 전통적으로 그런 것이라고 한 번씩 느꼈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마스크란 무엇인가? 생활필수품이다. 외교로 해결이 안 되는 황사와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당연한 것이다. 사람이 어두운 것이 아니라, 어두워지는 하늘에서 건강을 지키려는 생활습관이다.
한국의 젊은이에게 마스크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검정 마스크를 즐긴다. 어느 정도 때가 탔는지 알 수 없는 검정색을 택했다. 패션이다. 아이돌 연예인이 검정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면서 유행이 된 것이라 한다. 그들은 애초 관심을 끌지 않고 자신의 일상생활을 누리고 싶어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눈에 띄는 검정마스크를 쓸까? 더구나 요즘은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SNS에 자신의 일상생활을 공개한다.
감출 것도 없다. 패션이다. 이 검정마스크 패션이 K-컬처의 하나로 유행한다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동의대 공공인재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