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초인종이 울렸다. 현관문을 열자 경찰관들이 종이상자를 들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압수수색 영장이었다. 이때 영장이 원본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사본이면 영장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경찰관은 영장을 제시한 뒤 곧바로 압수수색을 진행할 것이다. 만일 집안에 아직 등교하지 않은 미성년 학생이 있다면 경찰관에게 잠시 압수수색을 멈추어 줄 것을 요청한다.
다음으로 경찰관에게 영장 내용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일부 경찰관은 영장의 겉표지를 보여주기만 할 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시켜 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적법한 영장의 제시로 볼 수 없다. 만일 변호사를 선임하였다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 현장으로 와 줄 것을 요청한다. 경찰관에게는 변호사가 올 때까지 압수수색을 중지하여 줄 것을 요구한다. 변호사가 현장에 도착하면 다시 영장 내용을 확인할 것이다.
경찰관이 압수수색을 진행할 때 당사자나 변호사가 참여할 수 있다. 경찰관이 서류나 물건을 압수하려할 때도 그것이 영장에 기재된 압수 대상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일 압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압수를 거부하면 경찰관은 추가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이 없다면 압수할 서류나 물건을 모아서 당사자에게 보관을 명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가 이것을 은닉·폐기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타인이 아닌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범죄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압수수색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은 개인용 컴퓨터(PC)나 노트북·휴대용 저장장치인 외장형 하드(USB 포함)과 같은 디지털 저장매체와 스마트폰이다.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저장된 동영상·사진·문서·문자메시지와 각종 전자정보를 증거로 확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은 범죄 수사에서 증거의 보물창고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 확보 여부가 수사의 성패를 결정짓기도 한다. 스마트폰은 이전의 휴대전화와 달리 512GB까지 파일을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을 갖고 있다. 사실상 휴대용 컴퓨터인 것이다.
스마트폰 안에 있는 파일은 개인의 일상생활 전반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경찰관은 무제한적인 스마트폰 탐색을 통하여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거나 전혀 생각하지 못한 별건 수사의 단서를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찰관은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압수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압수해도 잠금 해제를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경찰관은 당사자에게 잠금장치를 해제할 것을 요구한다. 만일 거부하다면 지문 검증 영장을 발부받아 잠금 해제를 시도할 것이다. 잠금 설정이 패턴이나 비밀번호로 되어 있다면 전용 프로그램을 돌려 잠금을 풀 수 있다. 잠금을 해제하는 데 무려 4개월이 걸린 사례도 있다.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는 현장에서 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경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 범위도 범죄 혐의와 관련된 부분에 한정되어야 한다. 예외적으로 출력이나 복제에 긴 시간이 소요되거나 전문가에 의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경찰관은 저장매체 자체를 경찰서 등으로 옮겨 파일을 복제·탐색·추출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찰관은 당사자나 변호사에게 집행의 일시나 장소 등을 통지하여 참여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경찰관이 몰래 일방적으로 저장정보 파일을 수집하는 것은 위법하다.
경찰관은 압수수색을 마친 후, 현장에서 압수물 목록을 작성해서 교부한다. 이것은 나중에 압수물 반환을 요구하거나, 위법한 압수처분에 이의를 제기할 때 필요하다. 저녁 무렵, 마침내 경찰관은 압수물을 담은 종이상자를 들고 돌아갔다. 이제 수사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아득하기만 하다.
변호사·법무법인 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