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주변과의 접촉이 여전히 꺼려지지만 요즘 어렵사리 가까운 사람과 만나면 가장 먼저 꺼내는 얘기의 소재는 ‘부부의 세계’와 ‘긴급 재난지원금’인 듯하다.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부부의 세계 시간’이자 ‘긴급 재난지원금 시간’이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이면 중년 남녀들을 TV 앞으로 불러들였던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지난주 종영했지만, 긴급 재난지원금의 시간은 진행형이다.
중앙정부의 긴급 재난지원금은 지난 4일 취약계층을 시작으로, 11일부터 온라인을 통한 신청과 지급이 동시에 이뤄졌다. 이번 주부터는 일선 행정복지센터와 은행 등 오프라인을 통해서도 지급한다. 전국의 모든 가구가 지급 대상이다.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 원을 사실상의 현금으로 받게 된다. 소요 재원은 12조2000억 원이다. 이와 관련한 뉴스도 쏟아진다.
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입은 손실에는 비할 바가 못 되겠지만, 영세 상인들의 입가에 잠시나마 미소가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원금 사용처를 두고도 논란이 뜨겁다. 소득과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지급되면서 일부는 재난지원금을 고가 명품을 사거나, 성형수술을 하는 데 쓴다는 얘기도 있다. 기부를 두고도 말이 많다. 대통령과 고위공직자 등 지도급 인사들이 지원금을 기부하면서 ‘눈치’를 보는가 하면, 심지어는 기부 여부를 두고 각자 생각이 달라 부부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단다.
경남은 재난지원금 정국에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김경수 지사는 일찌감치 중위소득 100% 이하 도민에게 경남형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하고, 지난달 23일부터 집행에 들어갔다. 김 지사는 정부 차원의 재난지원금도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의견을 관철시켰다. 정부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원이 확정된 이달 1일, 경남은 애초의 방침을 바꿔 ‘정부형’과 ‘경남형’을 중복 지급하기로 했다. 중위소득 100% 이하 도민은 정부형과 경남형을 합쳐 4인 가구 기준 150만 원을 받게 된 것이다.
거창군과 고성군은 자체 예산으로 중위소득 101% 이상 주민에게도 최대 5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거창군과 고성군을 제외한 나머지 경남지역 시·군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와 101% 이상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차등 지급한다. 경남도는 논의를 거쳐 건강보험료 납부 금액 등을 근거로 경남형 지원금 수혜 대상자를 결정했지만, 주민 사이에서는 불만이 나온다.
친언니가 운영하는 김해의 한 식당에서 고기 굽는 일을 하는 A(64) 씨. 그는 얼마 전 화가 난 표정으로 “일 년 내내 제대로 쉬는 날도 없이 불 앞에서 일하지만, 월급 200만 원에 건강보험료를 월 5만 원 이상 낸다고 지원금을 못 받는데, 내 친구는 부동산도 꽤 있는데 직업 없이 놀면서 지원금을 받는 게 공평한가”라고 되물었다. A 씨가 언급한 친구가 실제로 얼마나 재산이 많은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A 씨처럼 지원금 지급 대상 선정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뿐만 아니다. 경남형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도민은 인접한 부산이 일선 구·군별로 모든 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과 비교하며 불만을 터뜨린다. 이를 의식한 거창군과 고성군의 조치를 곱게만 보지도 않는다. 규모가 작은 자치단체가 빠듯한 예산을 선심 쓰듯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자체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경험 못 한 위기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지원금이 소진되는 8월 이후에는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IMF(국제통화기금)의 한 고위 간부는 “한국은 통화·재정 정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재난지원금 대상도 취약계층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조언도 했다. 재난지원금이 선심 행정의 손쉬운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또 지원금 지급 대상이나 기준을 정할 때도 최대한 합리성을 확보해, 잡음을 최소화해야 한다. 다시 A 씨의 말이다. “재난지원금을 쌈짓돈 나눠주듯 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꺼.”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