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행복한 노무현의 웃음 /김갑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20 19:43:16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또다시 그의 기일을 맞이한다. 뜻하지 않은 바이러스 창궐로 온 세계가 뒤숭숭 하지만 그래도 그가 남겨두고 떠난 이 나라는 방역 잘한다는 칭찬도 듣고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경제 전망도 그리 나쁘지 않다.

특히나 피부에 와 닿는 전쟁 위기설로 흉흉했던 시기도 그럭저럭 넘기고 이제 북한과 어떻게 교류를 재개하느냐 하는 타이밍만 엿보고 있는 중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실 수 있다면 흐뭇한 웃음을 짓고 계시지 않을까.

식민 강점과 남북 전쟁으로 워낙 결딴이 났던 나라에서 살아온 터라 우리들은 매사 ‘죽겠다’를 입에 달고 살아간다. 늘 위기고 언제나 대형사건 사고에 분열과 갈등으로 들끓는 냄비 속 같다.

지옥 같은 무한 경쟁 사회에 신분 변동의 사다리는 걷어차이고,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고, 노후는 막막하다. 와우! 한국이 죽고 못 살 나라라고 외치는 레퍼토리는 수백 수천 가지여서 그 ‘죽겠다’는 노랫가락은 무한 반복 테이프처럼 돌고 돌고 또 돌아간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한국이 국제 비교 속에서 그래도 꽤 살 만한 나라라는 수치 증거는 차고 넘친다.

실제로 방금 ‘죽겠다’ 푸념하던 사람이 차 바꾼 얘기, 해외여행 추억담, 주말 레저 계획으로 수다를 떨어대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자기를 갉아먹으며 도통 발전이 없는 태도가 ‘습관적 사고로 살아가는 것’인데 한국인 대다수의 이 ‘죽겠다’는 습관적 사고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전혀 죽을 만하지 않은데도 죽겠다, 죽겠다 외치니 말이다.

노무현. 그는 역사상 가장 시끄러운 대통령이었다. 그이가 시끄러웠다는 뜻이 아니다.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구호에 걸맞게 그가 재임하는 동안 온 세상 사람이 너나없이 나서서 자기 주장들을 했다. 사실, 노 대통령 이전까지는 일반 국민이 국정에 그처럼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풍토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토론을 반기고 권장했고, 국민은 이전과는 달리 대통령을 만만하게 보며 너도나도 목청을 높였다.

그는 재임 내내 온갖 비난의 화살을 맞았건만, 퇴임 때 모습은 너무도 홀가분하고 행복해 보였다. 설사 결과가 흡족하지 못했어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하는 자부심 때문이리라. 그는 뜻대로 김해 봉하마을에서 생태농사를 지으며 평온한 노후를 보냈어야 했다. 그렇게 가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황망히 그이를 보내면서 정말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 했던 많은 사람이 있다. 그토록 많은 사람의 피맺힌 집단 통곡은 역사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것이다. 그가 위대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진정, 그의 간절함을 알았던 사람들이 느꼈던 뼈저린 후회와 미안함과 안타까움의 눈물이었다.

그 눈물이 내를 지나 강을 이루고 해일처럼 밀려와 마침내 후계 정권을 탄생시켰고, 또다시 기일을 맞이한다. 거듭 떠올려 보지만, 그이는 자신의 후계 대통령 문재인에게 수고한다, 잘하고 있다 만족의 인사를 보낼 것 같다.

자기를 사랑한 국민에게도 이제는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너그러운 웃음을 보낼 것도 같다.

이명박, 박근혜 시기를 통상적인 진보 인사들처럼 비난하지 않고자 나는 노력한다. 그들 나름의 명확한 국정철학이 있었다. 다만 그들은 시대를 잘못 짚은 우둔한 지도자들이었다. 더 이상 격차가 심화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사회 동향을 시장주의자 이명박은 읽지 못했다.

아버지의 나라를 재건하고 싶어한 국가주의자 박근혜는 사고가 1970년대에서 멈춰버린 듯했다. 그들은 노무현에게서 배웠어야만 했다. 권력과 금력 대신 시민사회 구성원의 권리의식, 책임의식이 나라의 근간이 되도록 이끄는 일 말이다.

바로 지금 그같은 노무현의 꿈이 관철되는 과정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노무현의 꿈은 그 누가 특별히 선양하지 않아도 사람들 가슴 속에 각인되어 영원할 것 같다. 5년의 길지 않은 재임 기간을 통해 그는 공화정의 시민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 씨앗을 뿌려놓았다. 그것은 선진국 대한민국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는 진정 구시대의 막내가 아니라 새 시대의 첫째였다.

그가 그립다.

시인·문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4. 4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5. 5“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6. 6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7. 7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8. 8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9. 9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10. 10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9. 9'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2. 2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3. 3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4. 4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5. 5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8. 8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교육이라는 희망
주당 ‘13.7시간’ 고용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참여사 이탈 우려…공사비 현실화 시급하다
지방우대지수 지역 현실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