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21대 국회가 개원한다. 새 시대가 열리는 모양이다. 입법 권력자가 대거 물갈이 된 마당이라 국민적 기대감도 큰 편이다. 이번에는 국회가 새롭게 문을 열 때마다 으레 생겼다가 곧 사라졌던 ‘반짝 기대’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사실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그 같은 바람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더 많다. 때가 덜 묻은 초선 국회의원들이 국민적 정치 불신을 걷어내는 데 한 몫 했으면 한다.
여권이 개헌 빼고는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여대야소 구도가 선명한 21대 국회의 초선은 300명 당선인 중 절반을 살짝 넘긴 151명이다. 이는 20대 국회에 포진했던 초선 132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초선 그룹의 활약에 따라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 토대가 충분히 마련됐다. 시대 흐름에 걸맞은 신인들의 당찬 활동을 기대한다. 다선 실세의원의 줄 세우기에 약간은 ‘거리두기’하면서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정가를 미래지향적으로 이끄는 ‘초선 역할론’을 주문하고 싶다.
부산 정치권 분위기는 전국 상황과 미묘하게 엇갈린다. 여권이 압도적으로 21대 국회를 장악했지만, 지역은 전통의 야권세가 다시 강화한 탓이다. 새 국회를 바라보는 부산 사람의 시선은 두 갈래로 선명하게 갈리는 이중 구조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철옹성 같았던 미래통합당 계열의 특정 정당 중심인 지역 정치권 구도에 새 바람이 부는가 싶었다. 그런데 21대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6명의 의원 중 절반이 낙마해 그 바람은 잦아들었다. 잠시 주춤하다 다시 불지는 두고볼 일이다.
부산에 할당된 국회의원 18명 중 딱 절반이 초선이라는 게 흥미롭다. 미래통합당의 부산 야당에는 5선(서병수, 조경태) 2명과 3선(이헌승, 하태경, 김도읍, 장제원) 4명이 배치됐다. 부산 여당 3명(최인호, 전재수, 박재호)은 재선 고지를 밟았다. 죄다 야당 소속인 부산의 초선들은 한계와 기회를 동시에 안고 국회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21대 국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힘이 뚝 떨어진 야당 소속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 과정에 맞닥뜨릴 어려움이 적지 않다. 게다가 ‘영남권 쏠림’ 덕을 보고 당선됐다는 통합당의 부산 초선 의원이라는 멍에도 지니고 있어 운신의 폭이 좁을 법도 하다. 하지만 하기 나름이다.
부산 초선 당선인 9명 중 무려 5명(백종헌, 이주환, 전봉민, 정동만, 황보승희)이 부산광역시의회 출신이라는 점은 이채롭다. 유권자 성향에 따라 전직 시의원들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뒤 중앙 무대에 대거 진출한 이들 초선의 활약상이 뚜렷하다면 부산 정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부산에서도 지역 사정을 온몸으로 체감한 풀뿌리 정치권의 역량과 외연이 확대된다. 이들 중 누가 지방의회 출신 타이틀을 단 ‘부산의 큰 인물’로 커갈지 지켜볼 일이다.
나머지 4명의 부산 초선 이력도 다채롭다. 경기도 부지사 등 정통 관료를 거친 당선인(박수영)과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맡으면서 중앙 정가 풍경을 이미 접한 경력의 당선인(김희곤)이 ‘슈퍼 여당’ 틈바구니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지 궁금하다. 부산에서도 언론사 출신(안병길)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도 눈 여겨볼 대목이다. 불편부당의 오랜 언론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활동을 바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남다른 인생역전 스토리가 이미 전국적인 화제가 된 아이 셋 키운 싱글맘(김미애)이 21대 국회에 등장해 관심이 쏠린다. 방직공장 여공 등을 거쳐 사시에 합격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고, 배 아파 낳은 아이도 없지만,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그래서 세상 풍파를 제대로 겪은 국회의원이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스로 멋 내고 꾸미고 사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나도 잘 살고, 주변 사람도 잘 살도록 돕는 삶’을 추구한다고 하니 펼쳐보일 의정 내용이 기대된다.
9인의 부산 새내기 의원들에게 본격 출발 전 일단 덕담을 던지는 이유는 자명하다. 잠시 거머쥔 권력에 취해 “세월만 허송하지 말라”는 뜻이다. 시민의 바람이자 요구다. 보통 새 국회가 열리면 초선들의 행동거지와 언행은 당분간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러다 상당수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국회에 첫 명함을 내미는 이들은 저마다 “잘 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그렇다면 존재감이 떨어져 다음 선거에서 어김없이 유권자 심판을 받은 전직 국회의원들의 축 처진 뒷 모습을 상상해 봤으면 한다. 허망하게 흘러갈 4년에 만족할 초선은 없을 것으로 안다. 짧지만은 않은 그 권력 기간을 더 늘리겠다면 밥 값 제대로 하면 된다.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이 존재감을 묵직하게 드러냈으면 좋겠다.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