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초등학교에는 우리에게 ‘당연했던’ 교과서가 없다. 담임교사가 자신의 교육철학에 따라 학생에게 적합한 교과서를 고르거나 스스로 교재를 만들어 가르친다. 국가는 교육목표를 큰 틀에서 정해주고 그것을 달성하는 세부방법에 대해서는 교사에게 맡긴다.” 인터넷 웹사이트에 실린 한 초등학교 교사의 ‘교과서에 담긴 교육의 자율성’이란 글의 일부다. 스웨덴 현장 취재를 통해 작성한 이 글에서 필자는 양국 영어교육의 차이를 ‘10여 쪽’(스웨덴), ‘몇 권’(한국)이란 지침서 분량으로 설명한다.
스웨덴에서 ‘자율’은 교육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생활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이 개념 없이는 자유와 민주가 성립할 수 없다. 스스로 법과 도덕을 준수하는 공동체만이 진정한 자유·민주사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 철학은 임마누엘 칸트(1724~1804)에게서 기인한다. “의지의 자율은 모든 도덕 법칙과 이 법칙에 따른 모든 의무의 유일한 원리다.…자율은 그 자체로 모든 준칙의 형식적 조건이고, 이 준칙에 의거하여 자율은 오로지 최상의 실천 법칙과 일치할 수 있다.” 그는 ‘실천이성비판’에서 자율성을 인간이 도덕적 주체가 될 수 있는 기본조건이라고 했다.
자율은 스웨덴의 코로나19 방역 신조이기도 하다. 식당 카페 스포츠센터 등 상업시설의 영업과 중학교 이하 학교의 등교를 허용하고, 유럽연합 국가 국민에 대해선 출입국도 막지 않았으며, 50인 이상 모임만 금지하는 느슨한 방역 정책을 폈다. 대인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 대부분의 방역을 시민 자율에 맡겼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지난 3월 22일 연설에서 코로나19 대책으로 “사회구성원 간 신뢰와 개인 책임”을 강조했다. 스웨덴 특유의 ‘자율 방역’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 13~20일 스웨덴의 인구 100만 명당 코로나 사망자는 6.08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은 영국(5.57명)은 물론 세계 최대 사망국인 미국(4.11명)을 압도하는 수치다. 자율 방역은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그러나 “실패”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약효를 장담할 수 있는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지만, 먹고 살려면 봉쇄를 풀고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백신은 시민 스스로 보건당국의 방역 원칙을 지키는 ‘자율’이다. 코로나19를 넘어 수많은 변형 전염병이 끝없이 발생할 미래를 생각하면 자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