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고] 재난의 비선형성, 미디어 그리고 감정 /임인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25 19:48:12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초기 조건의 미세한 변화가 엄청난,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카오스 이론의 핵심이다. 카오스 이론은 복잡성, 비예측성을 토대로 한다. 현대 사회의 재난은 카오스 이론이 제시하는 복잡성·비예측성의 특징을 지녀 선형적이고 기계적인 과정이 아니라 비선형적이고 진화적인 과정으로 전개된다. 코로나19 또한 비선형적, 진화적으로 전개되면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됐다. 중국 우한의 기침 하나가 전 세계를 최악의 경제공황 상태로 만든 셈이다.

찰스 페로우는 ‘노멀 액시던트(Normal Accidents)’ 개념을 제시하며 현대와 같은 고도의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효과적인 안전장치를 만든다 해도 위험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대 사회의 기술적·조직적 시스템은 ‘복잡성’과 ‘꽉 짜인(tight coupling)’ 체계로 구성돼 있어 작은, 초기의 사고는 필연적으로 거대한 재난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자연적 재난임에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붕괴 같은 2차적 재난을 일으켰다. 2017년 포항 지진, 2018년 폭염, 지난해 미세먼지는 하나의 자연적·사회적 재난 수준을 넘어 우리 사회에 다양한 피해를 입혔다. 2020년 코로나19 또한 하나의 국가적 재난 수준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이렇게 현대의 재난은 복잡성·비예측성·비선형성을 토대로 우리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거대한 재난 앞에서 미디어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미디어 수용자의 감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사람이 합리적 판단을 하는 데서 감정은 방해가 되는 요인 또는 주변부적 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충동적인 감정보다 이성이 더 우월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온 것이다. 이는 서구의 합리적 인간관에서 비롯됐다. 인간은 감정보다 논리적 규칙, 확률적 계산 등 수치적 근거를 활용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최근 안토니오 다마지오를 비롯한 신경과학자가 사람은 모든 정보를 고려해 논리적인 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주관적 기억과 감정에 의존해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밝혀내면서 감정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공포 불안 슬픔 분노 같은 감정은 나름의 논리와 패턴이 있다. 공포, 불안은 외적 위협이 불확실하거나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여길 때 유발되고, 분노는 어떤 사건이 확실하거나 통제 가능하다고 여길 때 생긴다. 슬픔은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서 비롯되고 공감 동정의 맥락에서도 유발된다. 이 감정은 사람의 행동의도에도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불안, 슬픔은 위험 예방 행동의도에 영향을 미치고, 공포는 회피 행동의도에, 분노는 처벌 및 사회정치적 행동의도에 영향을 준다. 구체적 감정은 논리와 패턴을 토대로 유발되고, 이를 토대로 각각의 감정은 인간의 행동의도에 다양하게 영향을 끼친다.

이런 감정은 재난 보도의 영향력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해 초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차총회에서 로빈 나비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재난 보도와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 재난에 관한 예방행동을 끌어내기 위해 미디어 보도가 수용자의 두려움을 유발하는 프레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의 연구에서도 재난 보도에서 유발된 불안, 슬픔은 예방 행동의도를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적 수치 중심의 재난 보도보다 수용자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재난 보도가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재난 보도가 수용자의 감정을 어떻게 틀(프레임) 짓는가’에 따라 해당 재난에 관한 행동 의도와 정책 지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린다. 이 시대에는 기존 이성적 위험 판단보다 감정 기반의 위험 판단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미국 심리학자 리사 펠드만 배렛이 주장한 대로, 모든 감정은 해당 사회의 가치관이 투영돼 있고 문화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적 판단은 현대 과학기술문명에 근간을 둔 것이지만, 감정 기반 판단은 인간이 수많은 경험을 통해 비선형적이고 진화적인 뇌 속에 저장해온,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생존의 법칙일 수 있다. 이제 재난 보도는 미디어 수용자의 감정적 프레이밍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언론학 박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5. 5‘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6. 6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9. 9부산예술대학교 내년 2월 폐교…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원인
  10. 10[근교산&그너머] <1480> 창원 무학산 둘레길 2코스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6. 6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7. 7李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43%…민주 35%·국힘 25%
  8. 8[속보]119센터가 이송병원 지정…‘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국회 통과
  9. 9[속보] 이 대통령 “정치검찰 시대 막 내려…이제 경찰개혁이 주요 과제”
  10. 10[속보] 민주, "전두환 내란 아니다" 국힘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 제출
  1. 1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2. 2“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3. 3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4. 4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5. 5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부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25% 첫 돌파…2050년엔 43%
  9. 9“부산테크노파크 원장에 심재운 후보자 적격”
  10. 10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부산예술대학교 내년 2월 폐교…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원인
  3. 3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부캉이’ 내일 다시 바다로…길이 50m 그물로 외해 유도
  6. 6“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7. 7"부캉이 덕분" 이디야커피 북항친수공원점 대표, 부산 동구에 고향사랑기부금 전달
  8. 8[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9. 9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5. 5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6. 6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7. 7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8. 8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9. 9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10. 10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