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중 역시 음식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요즘 어딜 가도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뭘 사 먹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중 한우 먹은 이야기가 많다. 한우가 어떤 음식인가. ‘맛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비싼 게 문제다. 남이 사주면 모를까 내 돈 주고 먹기는 꺼리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서민 입장에서 한우 가격은 접근하기 힘든 ‘넘사벽’이다. 예나 지금이나 살 만한 집인지, 아닌지의 척도가 한우 먹는지의 여부다.
사실 한우는 한국인에게 비싼 음식이란 점보다도 더 특별하고 남다른 의미가 있다. 농경사회 때는 귀중한 재산이었다. 농사와 운반을 담당했던 게 한우다. 소같이 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힘이 좋고 성실했다. 한우는 죽어서도 버릴 게 없었다. 고기와 가죽을 남겼고, 뼈는 설렁탕이나 곰탕 등 한국인의 중요한 영양분인 국물 요리 재료였다. 산업화 시대 이후 한우는 도시로 대학을 보낸 잘난 자식의 등록금이었고, 이 바람에 부모의 등골은 휘고 가세가 기우는 집이 많았다. 사상의학에서는 태음인이 많은 한국인 체질에 좋은 음식이 소고기라고 한다.
한우가 한국인에게 가지는 이 같은 상징성 때문에 특별한 날 먹어야 한다는 의식이 생긴 지도 모른다. 최근의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마찬가지다. 평상시 비싼 가격 탓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서민이 재난지원금을 받고 나서 용기를 내봤을 듯하다. 일각에서는 한우가 긴급재난지원금 특수를 누리자 ‘한우 플렉스(flex)’라고 했다. ‘플렉스’는 일시에 거금을 쓰는 행동 또는 자신의 능력·라이프스타일을 과시하는 소비를 뜻하는 말이다. 이 바람에 한우 가격은 크게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한우 지육(피·내장·뼈 등을 제거한 소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1㎏당 2만1304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한우 특수가 씁쓸하다. 100만 원 남짓한 돈이 생겼다고 좋아하며 소고기 먹는 나의 모습이 초래하게 느껴져서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도 생각났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사태라는 재난 탓에 지급된 것이 아닌가. 수출이 안 돼 경제가 어렵고, 기업마다 구조조정에 임금 삭감 등 우울한 뉴스뿐인 요즘이다.
한우 한번 먹는 걸 두고 너무 나갔나.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펑펑 낭비한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찌 됐든 빨리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 경제가 회복되고, 가계 형편이 풀렸으면 좋겠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