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곳으로, 우리의 오래된 꿈은 대륙과 해양의 장점을 흡수하고 연결해 교량국가가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7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마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이 행사는 부산이나 정부나 그 의미가 자못 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에서 열린 가장 큰 국제회의로 신남방 정책의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최도시인 부산은 한·아세안 ‘협력 허브’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문 대통령 글을 조금 추가하면 이런 요지다. “아세안 지역으로 외교 지평을 넓힌 신남방 정책의 성과를 발판 삼아 북한과 유라시아를 무대로 하는 신북방 정책을 진척시켜야 하며, 부산이 그 출발지다.”
시민 입장에선 아세안 10개국 현지 유명 셰프가 만든 요리를 맛보는 ‘한·아세안 푸드 스트리트’의 추억을 빼놓을 수 없다. 13일 동안 5만 명이 찾았고,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요리 콘테스트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입체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홀로그램 이미지로 주목받은 정상 환영만찬과 푸드 스트리트 등 준비에 역할을 한 사람이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었다. 그가 청와대 의전비전관으로 문 대통령을 보좌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문 대통령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 낸 사람이라고 해서 ‘문의 남자’라 불렸던 그다. 문 정부 출범 때부터 행정관으로 일하다 과거 ‘여성 비하 발언’ 후폭풍으로 사직한 뒤 비서관으로 승진해 귀환한 셈이다.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의 의전을 총괄하는 1급 핵심 비서관이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 합동공연,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그는 행사의 귀재다운 능력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회자된 건 자신의 능력보단 문 대통령과의 관계, 그리고 여성 비하 발언이었다. ‘역대 가장 유명세를 치른 청와대 참모’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공연기획 전문가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와 문 대통령의 자서전인 ‘운명’ 북 콘서트 등을 기획하고 2016년 문 대통령의 히말라야 트레킹에 동행하며 쌓은 인간적 정리라면 당연히 그가 누릴 몫이다. 기획력까지 더했으니 청와대 안에서도 ‘대체 불가’라는 말이 나온다지 않나.
그런데 “선거 이겼다고 꽃가루 뿌려주며 영전시키냐”고 야당이 지적하는 까닭은 딴 데 있지 싶다. 입에 담기도 거북한 그의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해선 아직 용납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페미니즘 정부’를 표방하는 문 대통령이 해명해야 할 일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