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부산항 북항 2단계 항만재개발사업’의 대표시행자로 나섰다. 부산항만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부산도시공사 등 4개 공공기관이 공동시행자로 참여했다. 시는 어제 이들 기관과 관련 협약을 체결한 뒤 정부 주무관청인 해양수산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시가 대표시행을 자처한 건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과 같은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1단계 사업은 고층·주거용 건물의 난립으로 바다 조망권 침해 등 문제가 불거진 상태다. 시가 1876년 개항 이래 140여 년 간 시민 접근이 차단된 북항을 재개발 취지대로 온전히 개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작금의 1단계 사업지 재개발 실태는 자못 심각하다. 최근 상업지구에 지상 59층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1221실에 대한 건축허가가 났다. 이미 허가가 났거나 사업을 추진 중인 것까지 합치면 레지던스는 3210실에 달한다. 1단계 사업지에는 복합도심지구부터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까지 1800ｍ 구간에 높이 80~280ｍ의 고층건물 10여 개가 들어선다. 280ｍ는 북항 뒤편에 자리한 구봉산(해발 405ｍ) 정상에 올라서도 바다 조망을 가리는 높이다. 1단계 사업지에서 조망권이 확보되는 구간은 560ｍ에 불과하다. 동·중구 원도심 시민의 삶터 앞에 ‘콘크리트 건물 병풍’을 치는 꼴이다. 구봉산 중턱 산복도로에 붙은, 바다를 바라보는 길이라는 뜻의 도로명 ‘망양로(望洋路)’를 이젠 바꿔야 할 지경이다.

이러니 “북항의 엘시티” “해운대 센텀시티의 재판” 등 온갖 비판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시는 “건축용도를 규정하는 지구단위계획은 해수부가 한 것”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그렇다면 시가 시행하는 2단계 사업에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원도심 연계, 공공 공간 등 시가 마련한 7대 사업원칙에도 시민을 위한 재개발 정신이 뚜렷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부처럼 북항은 ‘슬리퍼 신고 가서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재개발돼야 한다. 그 정신을 꼭 관철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2030 부산월드엑스포의 유치와 성공적 개최를 담보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