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소모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 직업인 군인이 오히려 일반인보다 더 비만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대구 모 대학의 간호학과 연구팀이 육군 간부 1026명의 체질량지수(BMI)를 분석했더니 정상 체중은 40%도 안되고 25.9%가 과체중, 34.9%는 비만이었다. 비슷한 시기 일반 성인의 평균 비만율 32.5%보다 높았다. 군인 비만은 장기 근무자일수록, 비특수부대 근무자일수록 심했다. 잦은 근무지 이동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고, 업무와 승진 스트레스 때문에 수면과 식사가 불규칙한 데서 연구팀은 원인을 찾았다.
실제로 비만과 스트레스는 관련성이 높다. 영국 런던대 사라 잭슨 박사팀은 54세 이상 남녀 2500명을 4년간 추적한 결과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티솔이라는 비만 유발 호르몬의 수치가 높은 사람이 허리도 두껍고 BMI 수치도 높았다고 보고했다. 순간적인 스트레스에는 심장이 뛰고 입이 마르면서 식욕이 떨어지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식욕이 폭증하고 지방 축적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는 ‘옛날에는 돈을 벌기 위해 땀을 흘렸지만 지금은 땀을 흘리기 위해 돈을 쓴다’는 유명한 말이 나온다. 날씬한 몸매가 사회계급이 된 세상에서 피트니스클럽이나 수영장 회원이 되기 위해 현대인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서울 강남 3구의 비만율이 다른 구보다 현저히 낮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여성의 비만이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고, 뚱뚱한 사람이 취업이나 임원 승진 때 불리하다는 외신기사도 있다. 비만도가 사회적 불평등을 반영하는 셈이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원했지만 사망률은 동서양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원인에 대해 해석이 여러 갈래다.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가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는 10명 미만이다. 한국은 5명, 베트남과 몽골은 0명에 가깝다. 그러나 미국은 300명,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은 500명이 넘는다. 여기서 뜻밖에도 비만과의 관련성이 주목받는다고 한다. 아시아는 비만율이 5% 미만이지만 북미와 유럽은 20~40% 수준이다. 코로나와 비만이 어떤 상관관계인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재택근무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의 스트레스가 더 크고 바이러스에 더 취약하리란 건 유추 가능하다. 비만 못지 않게 코로나도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차별적으로 전염되는 질환일 수 있다는 말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