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무용론이 제기되는 최대 원인이 의원들의 역량 결핍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부터 입법·정책연구를 돕는 ‘정책개발비’를 지방의원에게도 지급했지만, 부산지역 기초의회의 다수가 이 돈을 쓸 준비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의회의 의정활동 실적이 저조한 건 미비한 연구지원 여건보다 의원들의 부족한 연구의지 탓이 더 큰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16개 구·군의회 중 2곳을 제외한 14곳이 현재 적게는 400만 원에서 많게는 5500만 원의 정책개발비를 편성했다. 하지만 절반이 이 예산을 집행할 연구단체를 구성하지 않았다. 정부가 정책개발비 신설을 예고한 건 지난해 7월인데, 1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 아직 연구단체 구성 근거가 되는 조례를 만들지 않은 곳도 있다. 연구단체를 구성한 7개 의회 역시 1곳 외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부산 기초의원들의 역량 결핍은 심각하다. 국제신문이 2018년 6월 제7대 기초의회가 종료된 뒤 의정활동을 분석한 결과, 4년 간 조례 대표발의를 1건도 하지 않은 의원이 32명(17.7%)으로 나타났다. 의회별 1인당 조례 대표발의 건수는 1.67~5.33건에 불과했다. 1인당 구정질문은 0.08~11.13건, 1인당 5분발언은 0.71~6.68건이었다. 조례 발의는커녕 4년 간 한 질문이나 발언조차 온전히 1건이 안 된다면, 의정활동을 했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당연히 기초의원 교육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책임을 져야 할 여야 정당은 교육을 소홀히 했다. 저조한 의정활동과 기초의회 무용론을 초래한 장본인이 각 정당인 셈이다.
정부가 정책개발비를 지급하는 건 정당의 책임을 대신 지는 것이다. 국민 세금이니, 정확히 말해 국민이 덤터기를 쓰는 꼴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기초의원들이 입법·정책연구를 등한히 한다. “공부하라고 돈을 줘도 이러니 한심하다”는 비난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도탄에 빠진 국민을 생각하면 더 납득하기 어렵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서글픈 민낯이다. 기초의회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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