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비싸도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지만 시간은 돈이 많아도 살 수 없다’는 격언이 있다. 맞는 말이다. 유수와 같이 흐르는 세월은 제 아무리 항우장사라도 막기 불가능하다. 세월은 쏜살같다. 더구나 닥쳐올 세월보다 이미 지나간 세월은 더 빠르게 느껴지니 이게 바로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는 소위 황혼 길에 접어든 사람의 비애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고장 난 벽시계’라는 유행가에서는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라고 한탄했다. “청춘을 돌려다오”라며 가는 세월을 향해 부질없는 절규를 하기도 한다.
‘시간은 살 수 없다’는 말에는 중요한 교훈이 담겨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속도로 지나간다. 그런데 시간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나 생각에 따라서 시간은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다.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할뿐 아니라 충분하기도 하고 빠듯하기도 하다. 무슨 일이든 즉시 착수하여 애착과 열정으로 부지런히 매진하는 사람과, 흐드러지게 늦잠을 자고 나태와 게으름으로 일관하는 사람에게 흐르는 시간의 가치와 그 효용이 결코 같을 수 없다. 주자의 ‘권학문’을 보면 시간의 소중함과 세월의 빠름을 느낄 수 있다.
少年易老 學難成(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一寸光陰 不可輕(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마라)
未覺池塘 春草夢(봄은 일러 못가의 풀은 아직 꿈에서 깨지도 않았는데)
階前梧葉 已秋聲(뜰 앞 계단의 오동잎은 어느 새 낙엽 져서 가을 소리가 들리는 구나)
사람마다 수면 시간이 들쭉날쭉하지만 평균적으로 하루의 3분의 1인 8시간을 잔다고 한다. 평생의 삼분의 일은 잔다는 의미다. 수면 산업 역시 뜨는 아이템이다. 국내 수면 산업 규모는 2012년 5000억 원에서 최근 2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3조 원을 바라본다고 한다.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sleep+economics)와 슬립테크(sleep tech·sleep+technology)라는 신조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인간이 삶을 유지하려면 잠뿐 아니라 음식을 먹거나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와의 대화도 해야 하고 수시로 차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을 해야 한다. 책을 읽어야 하고 신문과 TV·컴퓨터를 봐야 한다. 전화를 해야 하고 또 받는다. 서류를 작성하고 리포트도 제출해야 한다. 비즈니스를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거나 때로는 연구에 몰두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운동이나 산책을 해야 하고 자아를 찾거나 반성을 위한 명상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애들을 돌봐야 하며 웃고 함께 지내거나 놀아주기도 해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수많은 일들이 끝도 없이 자신 앞에 놓여져 있다. 그런데 요술쟁이 같은 시간의 활용여부에 따라서 누구는 여유로운 반면 누구는 항상 시간이 없고 모자란다. 바로 이 시간을 효율적이면서 진취적으로 사용하느냐의 여부가 시간의 많고 적음을 차이 나게 하고 또한 충분과 모자람을 극명하게 결정하는 것이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베짱이는 개미들이 땀 흘리며 열심히 일을 할 때 나무그늘에 누워 마냥 쉰다. 남이 일할 때 놀기만 했던 그 베짱이의 말로가 과연 어떠했는가? 단지 우화 속의 이야기라고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수 많은 베짱이와 개미가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개미와 베짱이의 근면함과 게으름이 바로 내일을 결정한다. 먹구름이 가득 낀 미래와 찬란한 장밋빛 미래 사이에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의 모범국이 된 것도 ICT를 기반으로 짧은 시간에 대량의 바이러스 검사를 한 덕분이다. 유럽 최대 사망자가 발생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체계적이고 신속한 방역으로 의료시스템 붕괴를 피하면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한 K-방역 모델을 도입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월 20일부터 4월 28일까지 K-방역을 다룬 외신 기사가 5589건에 달했다. 방역당국의 효율적인 시간 이용이 생명은 물론 국격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학창시절 방학을 하면 방학숙제를 내준다. 그런데 누구는 미리 준비하여 그 숙제를 잘 풀어 개학 때 제출하는데 누구는 아무 생각 없이 놀기만 하다가 뒤늦게 서두르다 부실한 숙제를 제출하거나 아예 숙제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흐르는 시간은 그 누구도 잡을 수 없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 바로 흐르는 시간에 순응하는 길이며 인생을 활기차게 그리고 보람 있게 사는 것이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시간의 노예가 아니라 참된 주인이 되자.
부산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