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정당은 ‘민주집중제’를 조직 원칙으로 삼는다. 민주주의와 중앙집권제를 혼합한 이 제도는 옛 소련의 초대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레닌이 도입했다. 그는 1921년 열린 소련공산당의 제10차 당 대회 등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들의 전범이 된 민주집중제의 골격을 마련했다. 하부기관의 상부기관 복종 등 중앙집권적 사항이 주요 내용을 이루지만, ‘모든 지방의 인민 자치조직은 중앙기관을 비판하고 정책 수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민주주의적 요소도 있다.
하지만 레닌 사후 스탈린이 정권을 잡으면서 민주주의가 급격히 후퇴했다. 지방 인민조직의 중앙기관 비판을 금지하고, 소수의견을 차단하는 한편 하부기관의 무조건적 복종을 의무화했다. 민주집중제에서 ‘민주’는 사라지고 ‘집중’만 남은 셈이다. 그 대신 스탈린의 독재가 민주의 공백을 메웠다. 중국공산당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첫 지도자 마오쩌둥은 1954년 헌법에 소수의 다수에 대한 복종, 개인의 집단에 대한 복종, 하부의 상부에 대한 복종, 당 중앙에 대한 복종 등 민주집중제의 네 가지 원칙을 명시했다. 독재의 시작이었다.
민주집중제는 사회주의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처럼 헌법이나 정당 강령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작금의 한국 정치에도 유사한 제도가 엄연히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표결 때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전 의원에게 ‘경고’ 징계를 내린 데서 그 실체를 본다. 이 징계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국회법 자유투표 조항에 위배된다. 그럼에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강제당론(공수처법 찬성 표결)을 안 지켰는데 아무것도 (조치를) 안하면 의미가 없지 않느냐”며 징계를 정당화했다.
지방 인민조직의 중앙기관 비판을 금지한 스탈린의 조처가 연상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민주당 운동권 출신들이 아는 유일한 의사결정 시스템은 민주집중제”라며 “그래서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은 처벌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금 전 의원을 징계한 민주당 당규의 위헌·위법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세계가 칭찬하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장점은 민주성과 개방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다수의 민심은 그런 리더십을 지지한다. 민주당의 금 전 의원 징계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