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관리를 하겠다고 밀가루 음식을 멀리한 지 2년이 넘었지만 그래도 치킨만큼은 예외다. 치킨을 소재로 한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을 보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배달 앱을 누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주문하기 위해 여러 앱을 찾아보는 등 ‘수고’를 거쳐야 하지만 편리하다는 생각은 항상 든다. 배달 앱 업체가 새삼 고마울 정도로.
하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있다. 배달 앱 업체와 음식점 간 계약 관계 등 ‘스마트폰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 앱 업계 2위 사업자인 요기요의 갑질 행위를 공개했다. 요지는 이렇다. 요기요가 자사와 계약을 맺은 음식점에 “요기요 앱을 통한 주문 판매가 다른 앱보다 비싸서는 안 된다”며 일방적으로 최저가 판매를 강요했다. 특히 이를 어기면 계약 해지 등 불이익을 줬다고 한다.
언뜻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저렴한 가격으로 주문할 수 있어 큰 문제로 인식되지 않지만, 가뜩이나 ‘을’의 입장인 음식점은 가격 결정권을 철저히 제한받게 된다. 더욱이 음식점의 요기요 매출 의존도가 전체 매출의 평균 15% 정도라고 하니 이런 불이익을 당하고도 요기요와 계속 거래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역시 요기요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한 것으로 보고 재제를 가했다.
문제는 그 수위다. 지난 2일 공정위 자료를 보고 얼핏 든 생각은 ‘4억6800만 원이라는 과징금 수준이 요기요의 기업 규모에 견줘 낮은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운영하는 요기요는 국내 배달 앱 시장의 26.7%(2017년 매출액 기준)를 차지하는 등 ‘배달의민족’ 다음으로 큰 업체다. 지금은 배달의민족과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래통합당 최승재 의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위의 재제를 솜방망이 처벌로 규정했다. 요기요의 우월적 지위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고까지 우려했다. 공정위는 지난달에도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와 관련해 박현주 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공정위가 지난 3월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는 “경영 간섭과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를 집중 감시하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이 목표를 구현하기에 앞서 “공정위의 칼 끝이 무뎌졌다”는 지적이 왜 나오는 지부터 자문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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