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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산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 유지하라 /김치용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6-04 19:30:19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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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를 방송사에 대한 규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공정위가 해당 제도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3조 및 제63조에 따라 경쟁제한적 규제개선 추진과제로 결정하여 방송통신위원회에 의견을 요청했다. 이는 총량제 폐지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이와 같은 움직임이 심히 우려스럽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보호와 중흥을 위한 국가적 노력은 지난 20년간 지속되어 왔다. 2000년을 전후로 시행된 국산 애니메이션 의무 방영제가 그 시작이다.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을 일정 비율 이상 편성토록 한 이 제도는 ‘뽀로로’라는 세계적인 캐릭터가 탄생하는 기반이 되었다. 2005년부터는 지상파 방송사업자를 대상으로 국산 신규 애니메이션 총량제가 시행되었고, 이를 통해 지상파 방송사는 연간 전체 방송시간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규 제작된 국내 애니메이션으로 편성하기 시작했다.

국내 애니메이션의 과다한 재방송 및 편성 기피를 방지하는 한편 국산 애니메이션 창작을 더욱 활성화하고자 한 이 제도는, 2012년 케이블방송 및 종합편성 채널로까지 확대되어 ‘라바’ ‘로보카 폴리’와 같은 국산 애니메이션이 ‘한류’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2017년 이후 공중파와 케이블 TV에서 방영된 ‘또봇’ ‘카봇’과 같은 애니메이션은 관련 머천다이징 상품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국내 완구 시장 내 일본 완구의 오랜 독점적 지배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부산 지역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 또한 총량제의 시행에 힘입은 바 크다. 2005년 총량제의 시행 직후인 2006년에 ‘도라독스 시즌1’이 부산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투니버스에 정규 편성되었고, 이듬해 ‘도라독스 시즌2’와 ‘그린나이츠’가 역시 최초로 KBS 2TV에 정규 편성된 바 있다. 이는 하청이 아닌 자체 기획·제작한 부산의 애니메이션이 최초로 전국 단위의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에 정규 편성된 사례로, 2005년 총량제 도입으로 인해 제작 여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후 2012년 ‘도기 파라다이스’, 2014년 ‘외계가족 졸리폴리’ ‘달그락 달그락 꼬마돌 도도’, 2018년 ‘에그구그’, 2020년 ‘동해 수호대’ 그리고 2022년 방영 예정인 ‘스카이 서퍼’등 부산에서 TV용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꾸준히 제작될 수 있었던 것도, 총량제 때문이다.

20여 년 전 방송 론칭을 위한 미팅에서 “부산에도 애니메이션 회사가 있느냐”던 수도권의 방송사업자들은 이제 “요즘 부산에 신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이 없느냐”며 먼저 전화를 걸어온다. 부산이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어엿한 한 축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총량제는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전반의 발전과 활성화를 이끌었음은 물론 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중흥을 위해,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또한 우리는 애니메이션 산업이 다른 영상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은 애니메이션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 CG, 입체영상 및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국산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의 폐지는 전공자 감소와 관련 학과의 폐지 등으로 이어져 국내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을 초래하게 될 것이고, 이는 애니메이션 산업과 융합, 협업, 응용이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산업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총량제를 규제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총량제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울타리이자 버팀목이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부흥을 위해 노력해 온 산업 종사자이자 교육자로서, 국산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정위에 강력히 촉구한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젖줄과도 같은 국산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는 반드시 유지되어야만 한다.

동의대 ICT공과대학장·한국멀티미디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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