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4일 기초생활보장 등 저소득층 283만4073가구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1조2902억260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재난지원금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드리는 위로와 응원”이라고 했다. 이를 시작으로 1인 가구 40만 원, 2인 가구 60만 원, 3인 가구 80만 원, 4인 이상 가구 100만 원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지난달 11일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3일까지 재난지원금을 수령한 가구가 2152만 가구, 수령액은 13조5428억 원으로 전체 지급 대상 2171만 가구의 99.1%, 총예산 14조2448억 원 가운데 95.1%다.
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웃픈, 웃기고도 슬픈 장면이 연출됐다. 소고기 수요가 급등했다는 사실이 그 가운데 하나다. “재난지원금으로 모처럼 소고기 국거리를 샀다는 보도에 가슴이 뭉클했다”는 문 대통령 발언이 전해졌다. ‘이밥에 고깃국’이라면 북한 정권의 로망 아닌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 몰아친 코로나19의 위력이다.
때아닌 세대주 논란을 빼놓을 수 없다. 1인 가구라면 모르겠지만 2인 이상 가구라면 누군가 대표로 신청을 할 텐데, 대부분 가장의 몫이므로 주민등록등본에만 있던 세대주의 위상을 실감한 것이다. 가구 단위 선별적 복지 지원의 민낯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왔다.
어떻게 사용하든 8월 말까지 재난지원금을 소진하겠지만, 뇌리에서 지워 버릴 수 없는 건 역시 세금이라는 부메랑이다. ‘경제 전시상황’인 만큼 그에 걸맞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구멍난 재정을 메울 방법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2차 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벌써 나오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포문을 열었고,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2, 3차 재난지원금을 각오해야 한다”며 한 발 더 나갔다. 이를 두고 여론도 나뉜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진행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찬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 51.1%, 반대 40.3%였다. 30대는 59.5%가 찬성하는 반면 60대는 58.4%가 반대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했다. 앞일은 생각해 보지도 아니하고 당장 좋은 것만 취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이다. 나라 곳간 사정도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2차 라면…’하고 구미가 당기는 건 인지상정인가. 머리하고 가슴이 따로 노니 인지부조화가 따로 없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