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물건의 자유로운 이동을 전제로 발전해 온 국제물류산업도 코로나19 사태로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선박 입출항이 제한되고, 선원 교대가 불가능해지고, 화물 인도가 지연되는 등 초기 대응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1년간은 긴급 운영자금 조달과 물류네트워크 변경이 과제가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의 입국 규제나 접촉자의 격리가 장기화되면서 업무 환경과 생활 환경에서도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교육, 온라인 의료 보급 등의 변화가 초래되고 무의식적으로도 3밀(밀폐, 밀집, 밀접) 행동을 피하는 생활이 일반화되면서 외출 자제나 실업에 따른 개인소비 감소, 세계적인 수요 감소, 수출 감소, 생산활동의 정체로 올해 주요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 확실시되고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는 시기는 2022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앞으로 2, 3년 이내에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재구축과 함께 경영체계의 근본적 혁신이 요구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펼쳐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특징은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자유로운 프리-코로나(Free-Corona)’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하는 ‘위드-코로나(With-Corona)’로 보고 경제 활동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해운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물류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바이러스 프리(Virus Free)’ 물류체계 구축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는 화물에 묻은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완전히 소독하는 바이러스 프리 물류체계를 갖춰야 물류기업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대형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발생한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물류기업의 경쟁력은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매우 크다.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클린룸과 같은 공조환기 시스템을 갖춘 수송과 보관이 요구될 것이다. ▷물류 종사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지 ▷바이러스 항체 보유자인지 ▷물류 기기나 업무 환경이 바이러스 전파를 예방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 인증을 받은 물류기업은 매우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물류 수요자들은 안전과 안심을 평가하는 품질 기준에 바이러스 프리 항목을 추가하게 될 것이다.

우리 물류업계는 이런 변화를 예측하고 다음과 같은 대응방안을 갖추어야 한다. 범정부적 차원에서 바이러스 프리 물류 인증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우리나라 경험을 살려 물류에 적용 가능한 인증체계를 한국선급을 비롯한 인증기관에서 마련하고 국제표준기구 등에서 바이러스 프리 물류의 국제인증을 주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음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부산항과 인천공항을 바이러스 프리 물류구역(Virus Free Logistics Zone)으로 시범 지정하고 운영체계를 국내외에 적극 알려야 한다.

물류기업 차원에서는 바이러스 프리 물류기기 확보와 함께 운송요원, 물류센터 근무자 등 바이러스 프리 요원 확보도 중요하다. 아울러 비대면 비접촉 업무체계 구축도 중요하다.

수송이나 보관 과정에서 사람이 관여할 경우, 감염 위험이 있는 화물이나 장치에 대한 접촉을 최소화할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음성인식 단말조작, 사물인터넷이나 IC태그 활용을 고도화하고 육상 수송, 항만 수송, 물류센터에서의 조작 버튼이나 화면 터치도 AR/VR/MR(증강현실/가상현실/혼합현실)로 바꿔 터치리스(touchless)로 공중에서 조작하는 기기로 전환해야 한다. 종이 서류 사용이 극도로 줄어들 것에 대비해 운송장·선하증권의 디지털화, 블록체인 기술 활용 등 인프라를 확보할 필요도 커진다.

코로나 사태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 바이러스 프리 물류가 진척되면, 중장기적으로는 무인물류 실현도 준비해야만 한다.

바이러스 프리 물류 실현을 위한 열쇠는 ▷디지털화 ▷데이터화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 사재기 같은 큰 혼란이 발생한 나라의 공통점은 상품 재고 데이터의 부정확성이었다. 물류에서 데이터화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내고 이를 디지털화해야만 한다. 학계는 인재 양성이 과제다.

사전에 준비하고 대응하지 못한다면 경제위기 극복은 어려울 것이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훌륭한 역량을 갖춘 우리나라가 바이러스 프리 물류체계 구축을 주도하게 된다면, 우리 물류산업도 한 단계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