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반 인기 하락의 큰 요인이 됐던 게 담뱃세 인상이다. 서민 부담 가중이란 여론이 강했다. 여기에다 주류세 주민세도 올렸다. 그렇게 한 이유는 나랏돈을 쓸 곳이 많아서였다. 나라 규모가 커지니 세금을 올리는 건 당연하다. 실제 많은 서민 복지 공약을 했고, 추진도 했다. 대표적인 게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 원의 기초연금 지급이다. 이런 복지 정책을 누리려면 국민은 납세라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가 비난받은 것은 서민 주머니를 먼저 턴 점이다. 왜 그랬을까. 조세 저항이 심한 보편증세를 하지 않으려니 그렇게 됐다. 돈 쓸 곳은 늘어나는데, 국가 수입은 어디서 나오나. 세금뿐이다. 그러니 국민 건강 증진이란 명분을 내세워 담뱃세를 슬쩍 올렸다. 증세를 위한 꼼수란 지적을 받았다. 그것도 내 주머니에서만 돈이 나가는데, 기분 좋은 사람이 어디 있나. 결국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원칙은 보편증세를 의미했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세제개편을 보면서 지난 정권의 일들이 오버랩 됐다. 추진 방향이 보편증세가 아닌 세입기반 확충이기 때문이다. 액상형 전자담배 제세부담금 인상, 암호화폐 양도차익 소득세 부과 등등. 모든 상장주식 거래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안도 검토 중이란다.
사실 이번 정부의 세제개편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국가 재정 확충이 시급해진 탓이다.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로 국가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해졌다.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만 해도 35조3000억 원에 이른다. 앞선 두 번의 추경을 합치면 60조 원에 가깝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올해 112조2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국세는 올 4월 현재 경기악화로 지난해보다 8조7000억 원가량 덜 걷혔다.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 여기에다 긴급재난지원금과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과 같은 복지 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장기적으로 정부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사회정책인 전 국민 고용보험도 추진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증세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편증세 없이 재정을 메우려면 세입기반 확충은 훨씬 더 많이 발굴해야 한다. 서민 부담만 가중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 정권의 일이 떠올랐다. ‘꼼수 증세’ 논란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단, 과세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