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3학년 두 아들을 둔 30대 후반의 주부 A 씨. 자기 자금 2억 원에 대출 1억5000만 원을 보태 3년째 전세를 살고 있다. 번번이 청약은 떨어지고, 매년 집값은 올랐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호언장담을 믿었던 터라 쉽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겠거니 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은 오르기만 했다. 참다못한 A 씨는 지난 10일 인근 부동산을 찾았다. 적당한 매물이 있었지만 ‘조금은 깎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호가보다 2000만 원 낮은 가격에 매수 의향을 전달했다. “곧 연락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소장의 말을 믿고 집으로 돌아갔다.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고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 A 씨는 ‘이제 곧 집을 살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들뜬 마음으로 부동산을 찾은 A 씨에게 돌아온 것은 절망이었다. 오는 8월부터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이 잇달아 발표됐지만 이번에도 집값은 올라 있었다. 지역에서 나름 입지가 좋다는 아파트긴 하지만 단기간에 10% 넘게 뛰었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기죽은 표정의 A 씨를 향해 부동산 소장은 “우리도 이렇게 오를지는 몰랐다. 그런데 지금이라도 흐름을 타야 한다. 전세를 낀 물건이 있는데 일단 사서 상승 흐름에 편승하다가 나중에 원하는 집으로 갈아타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회자되는 말이 있다. ‘오늘이 가장 싸다’ ‘호가가 계속되면 시세가 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를 줄인 말)을 해서라도 사야 한다 ’‘정부에서 규제하는 지역을 사면 된다’ 등등. 어떠한 정부 대책이 나오더라도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며 최소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도 21회에 달하는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급하다고 지적한다. 대책이 나오면 최소한 3개월은 지나야 성과를 알 수 있는데 하나의 대책을 발표하고 시장이 반응하면 엉덩이에 불붙은 송아지처럼 허겁지겁 또 다른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대책이란 것이 A 씨처럼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에게조차 호응을 받지 못한다는 것. A 씨는 오늘도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주변 아파트명을 입력하며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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