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4년 워싱턴 D.C.에는 살인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 범죄율 0%다. 정확히 말하면 살인 자체는 벌어지지만, 결정적인 순간 톰 크루즈가 이끄는 범죄수사대가 출동해 사전 진입하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살인사건이 발생할 것을 미리 알 수 있을까. 바로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범인을 미리 인지하고, 출동명령을 내려 체포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 때문이다. 2002년 7월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떠올린 건 굳이 2054년까지 가지 않아도 이런 상황이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요즘 대형 IT 공룡 기업들은 ‘데이터 전쟁’에 한창이다. 세계 곳곳에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지어놓고 매 순간 생성되는 무한대 데이터를 쓸어 담는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알고리즘을 걸어 산업 곳곳에 활용하고 돈을 쓸어 담는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래 범죄까지 예측한다는 극단적 가정이지만, 현실에선 꽤나 많은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디지털로 생성되는, 그리고 공유되는 데이터만 있으면 ‘AI(인공지능) 알고리즘’과 결합시켜 인간 사회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그리고, 주식투자도 여기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펀드 매니저도 좋은 시절 다 갔어!”
2010년까지 꽤 높은 연봉을 받았고, 이후 투자 자문사에서 호시절을 누렸던 펀드 매니저 친구 녀석의 하소연이다. 이 친구에 따르면 이미 ‘AI(인공지능)’가 금융 쪽도 장악했다고 한다. 인간이 아무리 뛰어나도 냉혹한 AI 알고리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 자신도 곧 주식 투자를 접을 것이란다. 무서운 매매 알고리즘 프로그램이 개인투자자를 철저한 패배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
“바둑에서 ‘알파고’를 생각하면 돼. 이세돌은 한 번은 이겼잖아. 그런데 말이야, 이세돌의 1승이 인간이 알파고 상대로 이긴 마지막 승리였어.”
일단 ‘알고리즘(algorithm)’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알고리즘이란 어떠한 문제(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복 수행되는 일련의 작업, 공식화된 프로그램을 뜻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예를 들어보자. 주어진 ‘과제’는 “소비자를 더 오래 유튜브에 붙잡아 두라”이다. 이 과제를 풀기 위해 반복적인 작업이 수행되는데 내가 어떤 영상을 봤다면 이후 유튜브 알고리즘은 국가별로, 내용별로 작업을 수행해 유사한 영상을 찾아 추천한다. 중요한 건 무한 반복된다는 것. 인간이라면 지치겠지만 알고리즘은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한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 쓰이는 ‘매매 알고리즘’은 무엇인가. 일단 알고리즘에게 주어진 문제(과제)는 “수익을 극대화하라”이다. 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일련의 작업을 무한 반복한다. A라는 종목이 있다. 먼저 특정 기간, 어느 가격대에, 얼마의 물량이, 매매(매수·매도)됐는지 DB(데이터베이스)화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주가를 하락시키면 상대방이 팔고 떠나가는지 아니면 ‘물타기’하는지, 반대로 어디까지 주가를 올려주면 상대방이 돈을 더 투입하는지 또는 수익을 실현하고 판을 떠나는지에 대해 프로그램을 설정해둔다.
이어 주가를 올리고 내리고를 무한 반복하는데 향후 A 종목 주가를 상승시키려 한다면 기존 투자한 개인투자자를 모두 떨구려 할 것이고,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면 최대한 개인투자자를 붙잡아 두고 자신들의 물량을 몽땅 처분할 것이다. ‘알고리즘 매매’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엄청난 변동성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10% 올리고 다음 날 -15% 하락, 다시 다음날 9% 올렸다가 마지막 -30% 하한가로 밀어버리는 것에 아무 감정이 없다. 이렇게 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프로그래밍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주식투자로 돈 벌 기회는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빅데이터’ 핵심은 주체(인간)가 만든 데이터가 주체를 결정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이동평균선, 일목균형표 심지어 엘리어트파동까지 조작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딱 한 가지 “욕심을 버리라”는 걸 조언하고 싶다. “어서 빨리 돌을 떡으로 바꿔봐!”는 유혹에 그냥 웃으며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꺼야 한다. 설령 내게 돌을 떡으로 바꿀 능력이 넘치게 있더라도.
경제칼럼니스트·진 투자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