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과학기술의 아이러니 /김진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6-29 19:41:54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불과 한 달 전까지 필자는 미국 뉴욕에 있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현장에서 귀국해 자가격리를 하면서 한·미 감염병 대응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잘 알려진 대로 두 나라의 초기 방역정책은 확진자·사망자는 물론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엄청난 차이를 낳았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효과적으로 대응해 WHO(세계보건기구)와 미국·유럽으로부터 최고의 방역국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뉴욕타임즈를 포함한 주요 해외 언론은 대한민국이 우수한 IT기술을 바탕으로 확진자 동선을 추적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시스템에 주목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과학 기술의 아이러니도 드러냈다.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Test(검사·확진) Trace(역학·추적) Treatment(격리·치료)를 의미하는 3T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확진자 추적·관리에 스마트폰 앱 기술을 적용해 큰 효과를 봤다. 과학기술 종사자인 필자는 첨단기술 활용 못지 않게 아날로그적 방역정책이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마스크 착용과 위생관리에 물리적 거리두기가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과 사람의 접촉에 의해 확산되는 질병은 감염을 직접 차단할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의 대응이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달리 유럽이나 미국인은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마스크를 쓰면 상당히 심각한 환자로 취급 받는다. 29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영국은 31%로 90%대인 아시아국가보다 훨씬 낮았다. 미국과 독일은 각각 71%와 64%대였다.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의 영향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점차 일상화되는 추세였다. 바로 이것이 효과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한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어떤 첨단기술보다 아날로그 방식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다.

앞서 미국질병관리국(CDC)이나 WHO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마스크 사용이 큰 효과가 없다”며 잘못된 처방을 내리는 우를 범했다. 문제는 마스크 착용 효과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가 발표되고 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무슨 이유인지 아직도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사망자가 12만 명을 넘어선 것은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세계 최대 마스크 제조사가 바로 미국 기업인 3M과 허니웰 임에도 미국인은 여전히 마스크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또 하나의 아이러니는 스마트폰 앱기술과 확진자 동선 추적 기술이 모두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앱 기술은 미국 애플사가 처음 개발해 상용화했다. 우리나라 기업은 많은 기술료를 주고 기술을 수입했다. 확진자 추적에 사용되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기술도 1970년대 미국 국방성에서 개발했다. 지금도 미국 인공위성의 도움 없이는 GPS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은 이러한 원천기술을 코로나19 초기에 적용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수입한 기술을 적재적소에 적절한 시간에 사용했다. 아무리 우수한 원천기술을 보유했다고 해도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현격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극명한 사례인 셈이다.

사실 많은 과학기술이 이런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 우주 로켓기술과 레이더 등 많은 현대 과학기술은 2차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 대부분 독일 나치에 의해 개발되었다. 2차 대전을 끝낸 원자폭탄은 물질의 탄생을 밝히고자 했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E=MC2)이 기초가 되었다. 원자력 기술은 인간에게 거의 무한대의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방사능 사고와 같은 치명적 환경오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라 불리는 새로운 삶의 양식에 적응해야 한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언택트 과학기술이 출현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먼 훗날 어떤 아이러니를 낳을 지 사뭇 궁금하다.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4. 4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5. 5“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8. 8[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9. 9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10. 10[사설]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1. 1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2. 2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3. 3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4. 4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5. 5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6. 6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7. 7"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8. 8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9. 9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10. 10김지용 중수청장, 또다시 국무회의 참석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4. 4강연 통역하고 요금 모니터링…관광·마이스산업 AI 바람
  5. 5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6. 6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7. 7“임기내 부산 1호 유니콘기업, 기업공개 2건 목표”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27일
  9. 9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10. 10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무상교체 방침
  1. 1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2. 2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3. 3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4. 4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5. 5[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6. 6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7. 7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8. 8“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9. 9법원 “부하직원 횡령, 감독 안 한 상급자 견책 정당”
  10. 10[한 손 뉴스] 변호사 업무 재개한 홍준표, 대선 경선 관계자 변호 맡아(종합)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3. 3‘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4. 4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5. 5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6. 6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7. 7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8. 8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9. 9[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10. 10[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어떤 ‘최장수’ 기록
프랑스를 망친 결정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동행명령 외면한 지광스님, 법적 책임 물어야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