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부산시는 대표적인 여름 축제인 ‘부산바다축제’와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을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우려로 올해는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필자도 지난해 부산바다축제에서 공연한 바 있다. 그때 경험을 떠올리며 ‘아쉽지만 당연한 결정’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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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무의 춤사위. 소리숲 제공 |
축제 때는 야외 가설무대 위에서 펼치는 공연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려 환호하고 감상하는데 이는 ‘야단법석’이라는 말의 유래를 생각나게도 한다. 야단법석은 야외에 마련한 단상의, 불법을 펴는 자리라는 뜻으로 부처님 말씀을 듣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럽게 떠들어대는 상태를 가리켜 비유적으로 쓰던 말이 일반화되어 일상에서 흔히 쓰이게 됐다.
조선 시대 불교계는 숭유억불 정책의 영향으로 대중을 위한 포교에 주력했는데, 불교의식에 쓰이던 음악과 춤을 조선 중기에 확립해 오늘날에 이른다. 절에서 지내는 불교의식은 음악인 범패(梵唄)와 무용인 작법(作法)이 함께 한다. 범패는 절에서 재(齋)를 올릴 때 스님이 부르는 불교음악이다. 요령을 흔들며 낭송하는, 흔히 염불이라 하는 ‘안채비소리’와 범패를 전문으로 하는 승려가 부르는 ‘겉채비소리’인 ‘홋소리’와 ‘짓소리’ 그리고 포교의 한 방편으로 대중이 쉽게 이해하도록 만든 ‘화청’과 ‘회심곡’이 있다. 작법은 범패를 반주로 추는 불교무용을 말하는데 종류에는 고깔을 쓰고 추는 나비춤, 바라를 들고 추는 바라춤, 큰 북을 두드리며 추는 법고춤이 있다.
범패는 197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됐다가 1987년 영산재(靈山齋)로 이름이 바뀌었다. 보유자 이하 전승자는 모두 승려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해마다 6월 6일 현충일 서울 봉원사에서 영산재가 열려 누구나 불교예술의 악가무를 감상할 수 있다.
조지훈의 시 ‘승무’ 중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대목은 더욱 인상 깊다. 시인은 절에서 재를 드리는 승려가 고깔을 쓰고 승무를 추는 모습에 영감을 얻어 오랜 구상 끝에 시를 완성했다고 자신의 시론집 ‘시의 원리’에서 밝혔다. 그가 처음 절에서 본 춤추는 승려는 남자였다고….
우리가 이 시를 통해 연상하는 승무는 전문 무용수에 의해 집대성되고 체계화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속춤이다. 1969년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되어 현재에 이르며 그 춤을 추는 사람 또한 승려가 아닌 전문 무용수이다. 승무를 반주하는 음악도 삼현육각 편성의 ‘대풍류’라는 민속음악이다. 아마도 시인이 절에서 본 승려의 춤은 전통적인 불교의식 춤인 작법 중 나비춤이었으리라.
어찌 되었건 시끌벅적한 야단법석의 박수 소리가 그리운 요즈음이다.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 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