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유월은 장마와 여름휴가 사이에 낀 그저 그런 달이라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올해 6월은 정말 하루하루가 절박하고도 살얼음판을 걷듯 위험하면서 가늠할 수 없는 불안이 교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제약과 변화는 이제 당연시된다. 조금씩 지쳐가는 틈을 타 방문판매업체 감염 사건과 지역 감염 및 일부 대형교회 등을 통한 재확산이 일어났다. 일부 학자는 조심스럽게 이미 2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다시 강도 높은 방역과 거리두기 등으로 사회시스템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북한은 어떠한가? 남북한의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과 평화를 위한 염원도 지난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함께 심대하게 위협받았다. 21세기에 우스꽝스럽게도 남북한이 ‘삐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삐라를 보내니 마니, 우리도 보내겠다. 맛 좀 봐라는 식으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통해 현재 진행형이지만 잠시 멈춰선 상태에서 남북한은 과연 어떤 전기를 맞이하며 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존 볼턴의 회고록은 어떤가? 미국 백악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출신 존 볼턴이 현 트럼프 정부에서 활동하다가 그만둔 이후 바로 회고록을 출판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우리나라 정치권은 그의 회고록 한 대목 한 대목에 따라 유불리를 따지며 검증하고자 애를 썼다. 여야의 다양한 의견은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도 반영됐는데, 이를 통해 다양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많은 정보가 퍼져나가고 있다.
국회는 또 어떻고? 동물 국회, 식물 국회 등 제20대 국회를 비난하며 4·15 총선으로 민의를 표한 국민의 작은 바람은 ‘일하는 국회’이다. 국민과 민생만 바라보고 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의 대표로 입법부의 역할을 다해주기를 간절히 원했건만,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6월을 여야는 대립과 마찰로 시간만 축냈다.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안으로 청년은 서로 나뉘어 청원의 글을 올리며 기득권과 비기득권. 차별과 역차별을 논한다. 또한 국토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풍선효과처럼 다른 지역이 집값이 들썩이자 해당 지역에 대한 추가 대책 가능성이 예고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알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을 골라 듣는다. 그래서 거짓말이나 잘못된 정보, 정보의 오류가 밝혀져도 의견을 고치거나 수정하지 않는다.
‘거짓말 찾아내기’란 책의 저자 미국의 파멜라 메이어는 “인간은 하루에 적게는 10번 많게는 200번 정도 거짓말을 하고 누군가와 첫 대면을 하는 최초 10분 동안 평균 세 번 거짓말을 한다”고 말한다. “거짓말도 몇 가지 버전이 있다”고도 그는 소개했다. 배려형 거짓말은 “인상이 참 좋다” 등이다. 겸손형 거짓말은 나보다 상대를 세워주는 거짓말이다. 습관성 거짓말도 있다. 장사꾼이나 나이 드신 어르신께서 하는 “죽어도 한이 없다” “빨리 죽어야지” 등이다. 이런 류의 거짓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대를 배려하거나 뻔한 거짓말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기 이익을 위해 의도를 갖고 하는 거짓말이다. 가짜뉴스 등 새빨간 거짓말이다. 당연히 사회적 문제가 되고 민·형사상 처벌이나 지탄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거짓말은 괜챦은가? 그렇지 않다. 자신에게 이익이 있건 없건 타인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
국제신문 지난 18일 자 ‘도청도설-그라운드 제로’를 읽으며 ‘식언’으로 점철된 우리 남북 관계의 난관에 한숨도 쉬었지만, 새 힘도 얻었다. 그 글 속에는 그토록 어려운 가운데서도 굴하지 않고 끝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 이야기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어 하는 청소년을 상담하던 분께 물었다. “당신이 밀고 있는 바위는 무엇인가?”라고. “청소년이라고 차별받지 않는 좀 더 좋은 세상을 위해” 그는 그라운드 제로에서 매일 시작해 시시포스처럼 바위를 밀어 올리다고 했다. 여러분과 나의 바위는 무엇인가.
김진호 부산 동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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