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의회, 단합된 의회로 시정을 견제하는 것을 넘어 견인하겠습니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를 통해 8대 후반기 부산시의회 의장 후보로 선출된 신상해 시의원은 당선 일성으로 ‘의회의 위상 강화’와 ‘단합’을 강조했다.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전반기 의회의 시정 견제 기능이 마비되고 위상이 실추된 것에 대해 반성하고 뿔뿔이 흩어진 의원을 한데 모아 의회의 ‘힘’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포부는 금세 ‘헛구호’로 바뀌었다. 8대 후반기 시의회는 공식 출범도 하기 전에 파열음을 내며 삐걱거리고 있다. 전문성이나 결격사유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득표순으로 원하는 상임위원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이상한’ 상임위원장 배정 탓에 ‘갑질’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상임위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선관위와 해당 상임위원장 후보 당선인은 물론 부산시당에서조차 사전에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 뒤늦게 사태 해결을 위해 신임 원내대표 등이 상임위 조정에 나섰지만, 상임위원장 후보로 선출된 시의원들 모두 상임위 변경에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원안’대로 상임위원장 후보 등록이 이뤄졌다. 일부 상임위원장 후보 당선인은 지도부와 연락을 두절한 채 잠적하는 등 ‘항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신임 지도부의 리더십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일부 의원은 “신임 의장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팔짱만 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상 강화와 단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지 못한 모습이다.
3일로 예정된 임시회 본회의에서 일부 상임위원장 후보가 추인받지 못해 원 구성이 되지 못하면 후반기 의사 일정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된다. 부산시 3차 추경 예산안 심사 등 민생과 직결된 현안 처리도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다. 8대 후반기 시의회는 시정 공백,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출범한다. 또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2030 월드엑스포 유치, 북항재개발, 철도시설 재배치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쌓여 있다. 어느 때보다 의회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한 시점에서 의회가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모습에 시민의 분노는 점점 높아져 간다. 의회의 위상 강화는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닌, 의회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병욱 정치부 차장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