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일선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은 흔히 말하는 ‘신의 직장’을 대표한다. 젊은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직종이다. 적지 않은 곳에서 천문학적인 적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직원들의 임금은 제때, 제대로 지급되는 직장이니 이해가 된다. 매달 직원들의 임금을 맞추기 위해 회사 수장을 비롯해 임원진이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는 일반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질시를 받는다. 세태를 탓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혹자는 이 시대 사라져가는 도전 의식을 탄식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자기 자식이 신의 직장 중 한 곳에 ‘당첨’되면 안도한다. 썩 유쾌한 풍경은 아니지만, 부모 마음은 그렇다.
합당하고 정당한 채용 절차를 거쳐 이들 기관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일반 직원들과 달리 공공기관장은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의 입김에 따라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선거 과정에서 ‘캠프 진영’을 기웃거린 사람들의 논공행상을 따져 적당한 자리에 앉히는 곳이 산하 공공기관장만한 것이 없기도 하다.
여기서 항상 뒤끝이 씁쓸했다. 선거 뒤 공공기관장 물갈이 바람이 불 때마다 ‘무늬만 공모’ 형식을 취한 뒤 정해진 인사를 앉히는 풍경을 반복적으로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자들의 그 같은 형태를 핏대 올려 비판했던 그들이 아닌가. 이를 두고 자기 자식만은 안정적인 직장 선택을 바라는 일부 부모 마음과 비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선택 과정과 능력 면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임명권자 의중에 따라 자질과 능력에 상관 없이 임명됐다 각종 구설과 잡음에 휩싸인 공공기관장을 우리는 수없이 봐 왔다.
오거돈 전 시장은 취임 당시 전임자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일부 공공기관장의 정식 임명에 앞서 시의회 청문회를 거치게 하는 등 변화를 모색했다. 2018년 11월에는 ‘공공기관장 2+1 책임제’를 도입하면서 임명 2년 후 그간 펼친 능력과 성과를 따져 임기 연장(1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벌써 2년이 지나 시 산하 공공기관 23곳 중 임기 2년이 된 19명의 기관장을 평가하는 작업이 지금 한창 진행 중이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도 “그들의 임기 연장은 공정한 평가에 따라 결정이 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평가 방식과 항목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등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런저런 뒷말이 무성한 것도 사실이다. 임명권자 역할을 할 변 권한대행이 포장은 그럴 듯한데, 성격이 모호한 ‘2+1 책임제’의 맹점을 어떻게 풀어낼지 두고볼 일이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