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가르치면 따르지만, 말로 가르치면 따진다’고 했다. 옛말 하나도 그른 데 없다. 정치하는 사람은 더 그렇다. 솔선수범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영 마뜩잖다. 다른 것도 아니고 집 문제다. 이러고도 영(令)이 서기를 바란다면 염치 없는 일이다.
‘국민이 묻는다-2019 국민과의 대화’. 지난해 11월 서울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행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방안들을 계속 강구하겠다”고 장담했고, 서민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걱정했다. 하지만 대책 따로 시장 따로다. 그러니 국민은 정부 대책을 믿기보다 시장 흐름에 더 민감하다.
최근 부동산 동향이 심상찮다. 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집값 안정을 위한 고강도 처방을 주문할 정도다. 바로 그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파트 처분 계획 정정 소동이 벌어졌다.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민심의 화약고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급기야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50%로 떨어졌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두 달새 21%포인트가 빠졌으며, 부동산 정책과 고위공직자들의 ‘내로남불’ 현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노 실장은 지난해 12월 다주택 보유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6개월 내 실거주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는 권고가 유효하다며 ‘2차 권고’를 발동했다. 이와 함께 ‘국민 눈높이에 맞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자신이 가진 집 두 채 가운데 한 채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서울 반포의 13.8평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했다가 45분 만에 고향인 청주의 아파트로 바뀌면서 사달이 났다.
노 실장 소유 반포 아파트의 공시지가는 5억 원대이나 호가는 10억 원을 웃돈다. 아파트 한 평이 1억 원에 육박하는 셈. ‘강남 불패’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라고 주장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다주택 보유 참모와 부동산 정책 관련 장관들의 교체를 촉구했다. 재산 공개가 의무화된 고위공직자 3명 중 1명은 다주택자다.
청주를 동서로 가르며 흐르는 무심천(無心川)을 두고 노 실장과 동향인 도종환 의원(시인)은 이렇게 읊었다. ‘한 세상 사는 동안/가장 버리기 힘든 것 중 하나가/욕심이라서/집착이라서/그 끈 떨쳐버릴 수 없어 괴로울 때/이 물의 끝까지 함께 따라가 보시게/(…)다 비워 고요히 깊어지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나니’.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