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아이들에게 예술을 찾아주자 /조갑룡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7-05 19:04:49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모 방송국의 ‘행복한 책읽기’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다. 내가 소개한 책은 1989년에 영화로 나온 ‘죽은 시인의 사회’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물어왔다.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지만, 시와 아름다움,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라는 구절에 마음이 갑니다. 아파트 평수 늘리고 값비싼 차 굴리는 것에 마음을 빼앗긴 우리들에게 인생의 목적은 ‘소유’가 아니라 ‘감동’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수학 선행학습 하고 있을 때 독일의 아이들은 감동 받으러 베를린 필의 연주회에 갑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예술을 찾아주어야 합니다.”

6살 손녀가 시골 내 고향집에 다녀와서 그린 그림을 보여준다. 몰입해서 그린 꽃들과 기와집, 담벼락 그리고 과감한 색깔은 초현실주의 화가 샤갈을 연상케 하였다. 피카소의 말이 떠올랐다.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로 태어난다. 하지만 자라면서 그 창의성을 유지시키는 것이 문제다.” 손녀는 특별한 예술적 감성을 지녀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기존 틀을 깨는 예술가로 태어난 것이다.

정말 아이들은 예술가로 태어난다. 하루 종일 노래 부르고 춤추고 크레파스로 벽과 방바닥은 물론 냉장고 문 어디에든 그림을 그려댄다. 그들의 소꿉놀이는 연극이다. 병원 놀이, 엄마 아빠 놀이에서 어떠한 역할도 소화해내는 명배우들이다. 어떤 시점이 되면 거짓말을 한다. 스토리텔링의 시작이다. 슈퍼에 갔다가 왜 늦었느냐고 물으니 오다가 뽀로로를 만났다고 한다. 감동이다. 어린 시절 나는 외할머니의 감탄사 때문에 계속 뻥을 쳤다. 외할머니를 감동시킬 수 있는 것에 대하여 고민하였고, 이것은 내 창의성과 상상력의 뿌리가 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예술가의 재능을 점차 잃어간다. ‘우리 아이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변하지 않는 교육의 종점 때문에 예술은 뒤로 밀리게 마련이다. 더구나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규격화된 스펙을 좇아가다 보니 교통 체증에 막혀있는 자동차처럼 꼼짝없이 똑같이 가야 한다. 우리는 너무나 다르고 똑같이 다른데!

세상과 현실을 다양하고 새롭게 이해하는 출발점인 감각은 무디어져 예술을 잃어버리게 된다. 결국 세월이 흐를수록 ‘지식과 답’을 얻는 대신 ‘가능성’을 내어주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하지만 예술이 국력이 되는 이 시대에 감성의 공(空)터에 서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애들아, 예술 먹자”고 외쳐야 되지 않을까?

교육 현장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오페라 ‘아이다’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비싼 입장료 문제로 고민하다가 문화회관의 배려로 입장료 5000원으로 최종 리허설을 관람하였다. 난생처음 본 오페라, “우리 학교는 오페라도 보러 갔다”는 자랑으로 한동안 떠들썩하였다. 아이들은 학교에 대한 신뢰와 자신에 대한 자존감으로 충만하였다. 좋은 시절 도래하여 부산이 시끌벅적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예술을 찾아주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님과 선생님께서 예술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네 공원에서 노을빛을 받으며 쪼그려 앉아 꽃 그림을 그리는 엄마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인간이란 존재의 경이로움을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름과 따뜻함, 모순된 조화와 계산되지 않은 욕망 같은 것들을….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의 예술가이다. 하루에 작은 틈을 만들어 좋아하는 놀이를 해보자. ‘쉘 위 댄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춤바람까지는 아니더라도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 앉아 짧은 시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잘 쓰려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아이들이 온다 / 늦었지만 특별한 입학 // 책상도 닦고 물병도 준비하여 / 내일을 기다린다 // 미루었던 등교/ 그래서 더 신나는…// 벌써 여름 / 빨간 장미도 준비해야겠다’.

코로나로 인한 미증유(未曾有)의 사태 속에서 N고등학교 K교장선생님이 ‘신입생’이라는 시를 쓰셨다.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절절(切切)하다. 교장선생님의 아름다운 몸짓으로 아이들의 가슴에 벅찬 순정(純情)이 넘쳐나는 게 눈에 선하다.

교육인·전 부산영재교육진흥원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회동수원지 74년 만에 대대적 준설
  2. 2통영케이블카, 하늘 위서 유튜브 즐긴다
  3. 3중학생 숨진 오륙도 앞바다…입수 막을 안전장치 없었다
  4. 4해수동 매매·전셋값 다 뛰었다
  5. 5레트로 감성 풍기면 매출 ‘싹쓰리’
  6. 6롯데·홈플은 폐점, 이마트는 출점…3사 엇갈린 생존전략
  7. 7김해 백지화 ·가덕 채택 동시에…PK 여당 ‘원샷 결정’ 공론화
  8. 8보양식 바다장어 반값
  9. 9야밤 도심서 ‘37 vs 26’ 난투극…고려인 무더기 검거
  10. 10동료 “폐쇄병동 안까지 들어가 환자 살피던 분이셨는데” 침통
  1. 1김태년 “北, 통보 없이 댐 방류…속 좁은 행동에 매우 유감”
  2. 2야권 이례적 ‘재해 추경’ 제안
  3. 3김해 백지화 ·가덕 채택 동시에…PK 여당 ‘원샷 결정’ 공론화
  4. 4민주 - 통합 지지율 격차 0.8%P…부동산 등 복합 작용
  5. 5김두관 “여당, 국기문란 윤석열 해임안 제출해야”
  6. 6또다시 갈라진 여야 부산시의원…가덕신공항 부지 시찰 따로따로
  7. 7영남 5개 시·도지사 미래발전협의회 개최 “‘통합 메가시티’구축”
  8. 8부울경 물 해법, 잠룡 김경수·김태호 재부상 시험대
  9. 9PK 야권 “집의 노예서 해방? 국민 우롱하나”
  10. 10이젠 공수처 대치 정국…巨與 독주에 통합당 여론전 주력
  1. 1부산항 친수시설 위해요소 28건 적발
  2. 2레트로 감성 풍기면 매출 ‘싹쓰리’
  3. 3배도 내년부터 내비게이션 보면서 몬다
  4. 4상반기 연근해 어획량 작년보다 4.6% 줄어
  5. 5국립해양박물관, 올해 두 번째 해양자료 공개 구입
  6. 6보양식 바다장어 반값
  7. 7주가지수- 2020년 8월 6일
  8. 8연금복권 720 제 14회
  9. 9금융·증시 동향
  10. 10홈플 추석선물세트 사전예약
  1. 1부산 170번 확진자 동선 추가 공개
  2. 2 전국 흐리고 비...‘중부지방 최대 300mm‘
  3. 3“황정민 나와!” 스튜디오 덮친 ‘곡괭이 난동’ … 40대 구속영장
  4. 4춘천 의암댐 실종자 사망 1·실종 5·구조 1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43명…지역발생 23명·해외유입 20명
  6. 6전복된 경운기에 깔린 60대 남성 숨져
  7. 7피해 복구 아직인데 … 부산에 최대 150mm 비·강풍주의보
  8. 8러시아 선박서 코로나 또 나왔다 … "선원 2명 확진”
  9. 9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 부산교통공사 자회사로 편입
  10. 10신라대 항공대학 학생들 자격증 시험 전원 합격 연속 행진
  1. 1우천 취소만 7경기…비가 원망스러운 ‘비원삼’
  2. 2‘KKKKKKKK’ 류현진, 괴물로 돌아왔다
  3. 3김광현 마침내 선발 출격…11일 등판 가능성
  4. 4올해 가장 ‘치명적’ 공격수는 호날두 아닌 무리엘
  5. 5US오픈테니스, 상금 35억
  6. 6풀럼, 한 시즌 만에 EPL 복귀
  7. 7김광현 짝궁 포수 몰리나 코로나 확진…경기 줄 취소
  8. 8거인의 아픈 손가락…안방마님 타격 부진 어떡해
  9. 9디펜딩 챔피언 나달, “코로나 확산 불안” US오픈 테니스 불참
  10. 10세계랭킹 1위 쟁탈전…PGA챔피언십 잡아라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세계유산은 희생 없이 절대 가질 수 없다
포구예찬
기고 [전체보기]
청바지에 관한 단상 /천윤욱
지나친 어업 규제 조치가 두렵다 /정성문
기자수첩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대통령이 결단할 때 /김해정
노무현이 말한 북항 재개발 /김미희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삼각 교수대와 황금 요강
누가 바람과 함께 사라질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온고지신과 뉴트로
불교의식 음악과 춤 단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형 뉴딜의 성공 조건 /이석주
담대한 도전 /정옥재
도청도설 [전체보기]
류호정 원피스
지역구 3선 제한론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이주의 시대와 문학
손편지의 위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 관광 상품의 쓸모
기내식과 고추장
사설 [전체보기]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 소통으로 갈등 벽 넘길
혁신도시 정책 인구 분산 효과…2차도 속도 내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 기본소득이 ‘가짜 기본소득’인 이유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기후위기 그리고 그린 뉴딜
6·25전쟁, 끝내야 한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명작이 된 습작
세계 최초의 추상화가
이홍 칼럼 [전체보기]
외국인 근로자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불신의 벽 넘어야 할 행정수도 이전
청주와 반포 사이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베토벤 ‘월광소나타’
6월의 뱃노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여행
비처럼 와인처럼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신윤복의 ‘저잣길’
겸재의 신비한 그림 ‘사직송’
  • 2020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